뉴욕 월가의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이데일리 등이 참석한 자사의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배럴당 150달러대를) 계속 유지하지 못할 수는 있지만 유가의 흐름은 상승 쪽”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건들락은 1971년 핌코를 창업해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로 키워낸 ‘원조 채권왕’ 빌 그로스 이후 그 지위를 물려받은 억만장자 투자자다. 그는 최근 금융시장을 흔들고 있는 인플레이션 폭등과 그에 따른 경기 침체 가능성 등에 대해 60페이지가 넘는 차트와 함께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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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이 주식보다 나은 투자처”
그가 주목한 분야는 원유를 비롯한 상품이다. 건들락에 따르면 올해 거의 유일하게 상승한 자산 분야는 상품이다. 블룸버그 상품지수는 올해 들어 약 38% 급등했다. 실제 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2.26% 오른 배럴당 122.1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3월 8일 이후 석달 만의 최고치다. 배럴당 100달러가 넘는 초고유가 와중에 추가로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이다.
건들락은 그 연장선상에서 “지금은 상품이 주식보다 훨씬 나은 투자처”라고 주장했다. 올해 들어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인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 나스닥 지수는 이날 기준 각각 10.04%, 14.19%, 23.66% 하락했다. 올해 60% 이상 폭등한 WTI보다 훨씬 저조한 수익률이다.
건들락은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양적긴축(QT), 특히 실질금리 상승에 따라 미국 증시는 강한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며 “올해 하반기에는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에 악재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에 따르면 실질금리를 나타내는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는 현재 0.25%다. 팬데믹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가 올해 5월 들어 플러스(+)로 전환했고, 그 이후 연준의 본격 긴축과 함께 상승 폭이 커졌다. 기업 혹은 개인이 돈을 빌리는데 드는 실질적인 이자 부담이 커져서, 대출 받아 투자 혹은 소비할 유인이 작아졌다는 의미다.
“침체 못 피한다…내년에 올 것”
그는 최근 쏟아지고 있는 경기 침체 우려에 대해서는 “침체는 피할 수 없다”며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내년을 콕 집어 “침체를 맞을 것”이라고도 했다. 최근 세계은행(WB),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의 시각과 유사하다.
건들락은 그러면서 “당분간 채권수익률곡선(일드커브)은 더 평탄화할 것”이라고 점쳤다. 일드커브는 각 만기에 따른 금리 수준을 이은 것으로 주요 경기 풍향계 역할을 해 왔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단기금리가 오르고 경기 상황과 밀접한 장기금리가 내리면서 일드커브가 평평해지는 건 침체의 전조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건들락은 “(현재 2%대인) 단기금리는 3%대로 오르고 (현재 3% 초반대인) 30년물 등 장기금리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채권시장은 개인투자자들에 비해 전문 기관투자자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증시에 비해 변수가 덜하다.
그렇다면 미국 정책당국은 경기 침체가 오면 어떻게 대응할까. 건들락은 “당국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돈을 풀 것”이라며 “(팬데믹 이후 대응에 이어) 그런 수단을 다시 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현재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러화 가치에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달러인덱스는 80을 하회할 것”이라고 했다. 주요 6대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근래 높게는 105 가까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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