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지진 100년…日정부 "조선인 학살? 기록 없다"

마츠노 관방장관 "사실 파악할 기록 없어"
日언론도 "역사 왜곡 우려" 비판
  • 등록 2023-08-30 오후 5:56:28

    수정 2023-08-30 오후 5:56:28

[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다음 달 1일 일본 관동대지진 발생 100주년을 맞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당시 조선인 학살에 대해 “기록이 없다”고 밝혀 역사 왜곡 논란이 일고 있다.

마츠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 (사진=AFP)


30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마츠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923년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에 대해 “정부 내에는 사실 관계를 파악할 만한 기록이 보이지 않는다”며 논평을 거부했다. 그는 정부가 진상 규명에 나설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도 선을 그었다.

마츠노 관방장관은 재일교포에 대한 혐오 발언이 여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다만 그는 “특정 민족이나 국적의 사람을 배척하는 취지의 차별적 언동은 어떤 사회에서도 용납될 수 없다”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외국인 차별 해소를 위한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일본 역사상 최악의 재해인 관동대지진은 1923년 9월1일 발생한 규모 7.9의 지진으로, 이로 인해 10만여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다. 당시 일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했고, 일본 사회에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혼란을 틈타 약탈을 저질렀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기승을 부렸다. 이러한 헛소문으로 일본 자경단과 군경이 조선인 6000여명, 중국인 800여명을 살해한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정부는 시민사회로부터 조선인과 중국인이 학살됐던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요구를 받았으나 이를 외면해왔다.

교도통신은 “(마츠노 관방장관은) 반성이나 교훈의 말도 없었다”며 “조선인 학살에 대한 사실 자체를 의문시하거나 부정하는 말이 퍼지고 있어 역사 왜곡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조선인 학살의 참상을 다룬 연극과 서적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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