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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재판장 허선아)는 14일 살인교사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모(56)씨와 권모(55)씨의 1심 선고공판에서 각각 징역 22년과 징역 19년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18년, 권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는데, 재판부는 이른바 ‘괘씸죄’를 적용해 이같은 검찰의 구형보다 더욱 무거운 형을 선고한 것.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수사 초기부터 범행을 부인하면서 어떠한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수사기관에서나마 반성하겠다던 권씨 역시 범행을 부인하며 김씨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수사기관에서 진술을 무마하기 급급했다.
법원은 이들을 모두 유죄로 판단하는 한편, 괘씸죄를 함께 적용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권은 누구로부터도 유린당할 수 없는 불가침의 권리임에도 피고인들의 행위로 피해자는 생명권박탈이라는 피해를 입게 됐다. 이로 인해 피해자 유가족들 역시 오랜 기간 고통을 겪었다”며 “권씨의 경우 피해자에 대한 개인적인 인간관계가 없는데도 오로지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려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질책했다.
또 “김씨는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재판 과정에서 반성은커녕 자신의 죄를 부인하면서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힐난하면서 “피해자의 사망 이후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일부라도 반성조차 하지 않아 본인의 행위로 인한 결과와 책임에 상응하는 엄중한 책임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청부살인이 만연했던 필리핀에서 일어난 사건이라는 수사의 어려움 때문에 박씨의 죽음은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지만, 경찰의 오랜 수사 끝에 살인 교사범들을 특정해 지난해 1월 이들을 체포했다.
검찰 수사 결과 박씨가 운영하던 호텔의 투자자인 김씨와 필리핀 현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권씨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당시 박씨가 운영하는 호텔에 5억원을 투자했는데 박씨가 투자 초기에는 자신에게 깍듯했으나, 투자 이후 자신을 홀대하고 투자금과 관련해 모욕적인 언사를 해 박씨를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김씨는 당시 알고 지내던 현지 식당 운영자 권씨에게 “킬러를 구해주면 호텔식당 운영권을 주거나 5억원을 주겠다”며 살인을 의뢰했고, 권씨는 이를 수락했다. 권씨는 당시 연인관계에 있던 앙헬레스 시청 공무원 필리핀인 A씨에게 킬러를 소개해달라 부탁하면서 김씨에게 착수금 명목으로 받은 100만 페소(한화 약 2400만원)를 전달했다. 이내 A씨는 킬러를 고용했고 범행이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