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여객선 침몰]'솜방망이 처벌' 해양사고 안전불감증 키웠다

절반 이상 주의· 경고..업무정지돼도 집유로 풀려
'솜방망이 처벌'이 해양사고 안전불감증 자초해
  • 등록 2014-04-21 오후 6:05:00

    수정 2014-04-22 오전 12:02:53

[세종=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최근 5년간 4000건 가까운 해양사고가 발생했지만, 사고로 인해 면허가 취소된 선장이나 항해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대부분 주의·경고에 그쳤거나 1년 미만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는데 그쳤다. 이런 해양사고 관련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해양사고에 대한 안전불감증을 키웠다는 지적이다.

21일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법규 위반, 근무 태만 등의 과실로 발생한 해양사고는 총 3780건에 달한다. 하지만 해양사고로 인해 면허 취소 등 중징계 처벌을 받은 선원은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5년 동안 해양사고로 인해 징계를 받은 선장·항해사·기관사 등 선박직은 총 970명이었다. 이중 주의나 경고 수준의 견책 조치를 받은 사람이 529명으로, 전체의 55%를 차지했다. 나머지 441명은 1개월~ 1년 사이의 업무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마저도 지난해부터는 징계집행유예제도가 도입돼 1개월 이상 3개월 이하의 업무정치 처분을 받을 경우 직무 교육 등을 통해 징계를 대체할 수 있다. 지난해 집행유예로 풀려난 사람만 60명에 달한다. 심판원 관계자는 “선원 중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이 많아 징계집유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심판원은 고의성과 중과실, 경과실 등 관련자의 과실 정도와 전손, 중손, 경손 등 선박 피해 정도를 따져 징계 수위를 결정한다. 1심과 2심은 심판원에서 재결하고, 심판원의 처분에 불복할 경우 대법원에서 3심 판결을 하게 된다.

과실 정도는 선원법과 해사안전법, 국제해사기구의 선박충동예방규칙 등에 의거해 판단한다. 중과실의 경우 대부분 법규 위반사례가 많고 고의에 가까운 과실이 발생하지만, 선박이 전체 파손되지 않는 한 면허가 취소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았던 사건은 지난 2007년 발생한 삼성중공업(010140) 예인선과 홍콩 허베이 스피리트호의 충돌로 발생한 해양오염사고 건이었다. 심판원은 다음해인 2008년 사고 발생 책임을 물어 예인선 ‘삼성T-5’호 선장의 2급항해사 면허를 취소하고, 예인선 ‘삼호T-3’호 선장의 3급항해사 면허를 1년간 정지했다.

이번에 침몰한 세월호의 경우에도 선원법을 어긴 선장의 경우 면허 취소가 유력하지만, 나머지 항해사들은 업무정지나 견책 처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심판원 관계자는 “사고 현장을 지휘하지 않은 선장의 경우 면허가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항해사 등 다른 선박직의 경우 기체 결함 여부 등도 면밀히 따져본 후 징계 수위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윤철 한국해양대 해사수송과학부 교수는 “해기사 자격증 소지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별도 형사처벌이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면허 징계 수위를 낮게 가져가는 것으로 여겨진다”면서도 “하지만 해양사고의 70% 이상이 인재(人災)라는 걸 봤을 때 솜방망이 처벌이 안전불감증을 키운 측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자료= 중앙해양안전심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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