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로원 기자] 최근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까마귀가 사람들을 공격한다는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까마귀들이 최근 번식기를 맞아 공격성이 강해져 이 같은 사례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 강남 한복판에서 까마귀가 행인을 공격하는 모습. (사진=YTN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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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YTN의 보도에 따르면 강남 도심에서 한 남성의 머리를 공격하고 도망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남성은 놀란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지만, 까마귀는 벌써 위로 올라갔다. 이어 바로 옆으로 지나가는 여성에게 다가가 뒤통수를 쪼고 달아났다.
공격 이후에도 까마귀는 그 자리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주시하기도 했다. 출퇴근 등을 이유로 해당 거리를 매일 지나다니는 시민들은 이제 까마귀 울음소리만 들려도 겁이 난다고 전했다.
강남에 거주 중인 A씨는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가 까마귀가 달려들어 깜짝 놀랐다”며 “아이 혼자 있었다면 큰일이 날 뻔했다. 전깃줄 위에 앉은 까마귀가 공격을 하려 사람들을 계속 쳐다보고 있는데, 그것만큼 무서운 게 없다”고 토로했다.
온라인 상에서도 까마귀에게 공격당했다는 글들이 줄이어 등장했다. 특히 맘카페 등에는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다. 까마귀가 따라온다는 느낌이 들긴 했는데, 순간 뒤통수를 후려치고 가더라” “아이에게 연락이 왔는데, 까마귀가 따라와 자꾸 머리를 툭툭 친다더라” “퇴근하고 버스 타러 가는 길에 누가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어 보니까 까마귀였다. 새한테 머리카락 잡히기는 처음이다” “까마귀 두 마리가 남편 머리를 공격하고 쪼아대서, 남편은 넘어지고 굴렀다. 손 무릎도 다 까졌다” 등의 제보가 이어졌다.
| 까마귀가 머리를 공격했다는 글. (사진=네이버 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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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마귀가 머리를 공격했다는 글. (사진=네이버 카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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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까마귀 습격’이 발생하는 이유는 까마귀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도심으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계 파괴로 산보다는 도심에서 먹이를 구하기가 쉬워지고, 둥지를 틀기 적합한 빌딩도 빼곡하게 들어 차 있기 때문에 까마귀가 도심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라고 추측된다.
또한 까마귀의 공격성은 봄~여름 사이 번식기 때 더 강해지기 때문에, 관할 구청 등에서 나와 까마귀 둥지를 치워 없앴다면 사람에게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게 된다.
이와 관련 박병권 한국도시생태연구소장은 “까마귀가 사람에게 둥지나 새끼가 있어 ‘여기 오지 마라’는 의미다. 즉 ‘내가 지키고 있으니까 당신 멀리 가라’ 회피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까마귀 공격을 당할 경우 흥분시키지 말고 일단 피하는 게 현실적인 대책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건물을 관리하는 분이 계신다면 주변에다가 ‘여기부턴 까마귀의 공격적인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에 우회하라’고 하면서 우회로를 표시하는 것이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5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서식하는 까마귀 개체 수가 10배 이상 늘었다. 서울뿐만 아니라 경기도 수원과 평택 등에서도 까마귀 수백 마리가 떼 지어 날아다니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대구 달서구에서 까마귀가 전기 설비를 훼손시켜 아파트 1000여가구에 전기가 끊기고 엘리베이터에 갇힌 주민이 겨우 빠져나오기도 했다. 같은 해 9월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도 각각 수천 가구의 아파트가 정전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