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故정진석 추기경 추모미사, 염수정 추기경 강론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찬미 예수님. 형제, 자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3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대성전에서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의 주례로 고(故) 정진석 추기경에 대한 추모 미사가 열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리는 지난 4월 27일 선종하신 사랑하고 존경하는 정진석 추기경님의 추모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정 추기경님 장례 기간동안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 특히 어려운 시기에 조문해시고 기도해주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먼저 정 추기경님을 통해 보여주신 하느님의 커다란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정 추기경님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과 모범을 보여주시고 우리를 떠나셨습니다.

살아있는 우리들이 정 추기경님을 추모하는 이유는 사랑의 가르침을 마음에 잘 새겨 실천하여 우리의 삶에서 본받고자 하는 것입니다.

정 추기경님께서 떠나면서 남기신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세요. 행복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뜻입니다”라는 메시지는 우리 사회에 크고 긴 울림을 남겼습니다. 이 말씀은 우리 인간의 삶에서 물질이나 명예, 권력보다 더 중요한 가치, 사랑과 나눔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해주셨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원합니다. 문제는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가?’, ‘어떻게 해야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많은 것을 가져야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 추기경님은 버려야 행복하다고 가르쳐 주십니다. 이 세상 어떤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 삶, 죽음마저도 초월한 사람이라면 행복을 누릴 수 있다고 정 추기경님은 알려주고 계십니다.

가톨릭에서는 천국에서 영원한 행복을 누리는 거룩한 사람을 ‘성인’이라고 말합니다. 성인은 하느님을 직접 뵙고 복락(至福直觀)을 누리는 사람입니다. 평범한 우리와는 거리가 먼 말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듯 ‘우리가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죄인에서 성인으로 변화될 수 있습니다.

주님의 은총으로 가득한 삶을 살려면 우선 세상의 욕심으로 가득 찬 우리 마음을 깨끗이 버려야합니다. 예수님은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행복하다고 알려주십니다. ‘마음으로 가난한 삶’이란 지극히 겸손한 자세로 하느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어떤 것에도 애착을 갖지 않고 온전히 하느님의 뜻을 위해 자신을 비운다면 우리는 진정한 자유와 행복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정 추기경님의 삶을 돌아보면 추기경님은 선교와 인간의 생명 그리고 가족을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정 추기경님은 선교란 세례자 숫자만을 늘리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신앙인답게 살면 선교는 자연히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특별히 성가정을 선교의 장이자 신앙의 전수가 이뤄지는 곳임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우리 사회에서 자살이 늘어가는 것을 몹시 마음 아파 하셨습니다. 더불어 죽음의 문화가 확산되는 것을 경계하시며 우리 시대에 가장 지켜야 할 중요한 가치로 생명을 강조하셨습니다.

우리 모두 정 추기경님의 가르침을 본받아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신 예수님의 모습과 생명을 존중하고 가난하고 상처받은 이들을 치유하고 끌어안는 교회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정 추기경님께서 당부하신 대로, 우리도 자신을 버리고 진정한 행복을 누리기 위해 더 많이 사랑하고 더 많이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정 추기경님께서 그러하셨듯이 김대건, 최양업 신부님의 삶을 돌아보고 배우고 우리도 그렇게 열심한 신앙인으로 살고자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특별히 금년은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의 탄생 200주기입니다. 정 추기경님께서는 최양업 신부님의 편지를 번역하시면서 박해시대 때 최양업 신부님의 열정적인 사목에 많이 감동하셨고 최양업 신부님이 시복되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바라셨습니다.

좋은 목자를 보내주시어 우리 교회를 이끌어주신 하느님의 은총과 사랑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정진석 니콜라오 추기경님과 부활의 희망 속에 고이 잠든 모든 영혼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주님 당신의 종 정 니콜라오의 영혼을 받아주소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