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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10시 30분께 전북 순창에서 1톤 트럭이 전국동시조합선거의 유권자들을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다. 순창경찰서는 8일 사고 현장에서 언론 브리핑을 개최해 “운전자 A(74)씨는 액셀러레이터(가속 페달)를 브레이크(제동 장치)로 오인했다고 진술했다”며 “현재로서는 운전 미숙으로 인한 사고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사고를 낼 당시 음주 상태도 아니었고 약물 검사에서도 음성 반응이 나왔다”고 덧붙였다. 대개 운전자는 사고를 인지하면 그 즉시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고 브레이크를 밟는 게 일반적이지만, A씨의 트럭은 멈추지 않았다.
지난 2019년 2월엔 서울 청담동의 한 호텔 주차장 앞에서 96세의 고령 운전자가 몰던 차가 후진 도중 30대 여성을 들이받아 해당 여성이 사망한 사건도 있었다. 당시 100세 가까이 되는 노인이 아무리 건강하고 운동 신경이 건재하다고 해도 운전을 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위협적인 일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고령자 야기 車 사고, 전체 車 사고 15.7%…사망 사고는 4건 중 1건 야기
통계청과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실제 최근 10년(2012~2022년) 간 고령 인구의 연평균 증가율은 4.6% 수준이나 고령 운전면허 소지자 수는 10.2% 늘어났다. 고령자 교통사고도 심각한 수준인데, 2021년 기준 면허 소지자 1만 명당, 제1 가해자 교통사고의 경우 65세 이상 고령자가 79.3건으로 20세 이하에 이어 두 번째인데, 이는 47.3건으로 가장 낮은 30대보다 약 1.68배 높다. 또 65세 이상 운전자로 인한 교통사고 발생 시 운전자 1만 명당 사망자 수는 1.8명으로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높다. 고령자가 야기한 사고는 전체 사고의 15.7%를 차지하는데 비해 사망 사고의 경우 24.3%를 차지한다. 즉 고령 운전자의 사고가 통상적으로 더 큰 사고를 유발한다는 의미다.
우리나라는 현재 신체 및 인지 능력 검사에 기반해 면허 유지 또는 취소를 결정하는 방식만 운영한다.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 캠페인을 펼쳐 반납자들에게 교통카드 등을 지급하고 있으나, 참여율은 저조한 상황이다. 특히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지 않은 지방 소도시일수록 참여율은 더 낮은 상황이다. 고령 운전자의 면허증 반납에 대해 노인의 이동권 제한과 기본권 침해 소지 등의 반론도 만만찮아 이를 강제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한 인지 능력 저하로 사고 유발 가능성이 높은 고령 운전자에 대한 운전 적성 검사를 더욱 철저히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그저 형식적 검사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비해 느슨한 고령자 면허 관리...“조건부 면허 대비해 실차 주행 평가 도입해야”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부터 75세 이상 운전자의 적성 검사 기간을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했을 뿐이다. 여기에 더해 경찰청은 오는 2026년부터 고령자 조건부 운전면허 도입을 추진할 계획으로, 고령으로 인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 운전자들에게 특정 조건에서만 운전을 허용하는 방안을 두고 세부 사항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 국회입법조사처 이송림 입법조사관은 지난달 말 발간한 ‘고령자 운전면허 관리 제도의 해외 사례와 시사점: 실차(實車) 주행 평가와 조건부 면허를 중심으로’ 제하의 연구 보고서에서 해외 고령운전자 면허 관리 제도의 핵심은 ‘운전 능력에 따른 운전 허용 범위 차등 적용’에 있다고 설명한다. 이 조사관은 “최근 첨단 기술을 활용한 운전 능력 평가 시스템과 조건부 면허 도입이 고려되고 있지만 실차 평가에 대한 논의는 미진하다”며 “향후 조건부 면허 도입을 대비해 이를 합리적인 규제로 안착시키기 위해 실차 주행 평가 도입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