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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규제 공백 상태를 틈타 중국계 거래소들이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시선이 엇갈렸다. 국내에 진출해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중국 거래소들을 배척해선 안된다는 쪽과 역차별 받는 국내 거래소를 보호하기 위한 한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쪽이 맞섰다. 다만 어느 쪽이든 거래소에 대한 정책과 규제 불확실성이 신속히 사라져야 한다는 점에서는 목소리를 같이 했다.
한국금융ICT융합학회가 주최하고 국회 4차산업혁명포럼 공동 대표인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이 후원해 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7간담회의실에서 열린 `급증하는 중국 암호화폐거래소의 한국 진출 동향과 대응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은 의견들이 제시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하태형 수원대 겸임교수는 “중국 정부의 규제로 인해 중국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한국을 비롯한 해외로 진출하고 있다”면서 “중국 거래소가 한국에 진출하면 한국에 이득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거래대금 규모로 글로벌 상위 10위권에 들어가는 후오비코리아를 예로 들면서 “이 거래소는 국내에서 전원 정규직으로 140여명의 직원을 채용하고 있어 국내 빗썸과 업비트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이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그 만큼 한국이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이며 우리 스스로 폐쇄적인 마인드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하 교수에 따르면 현재 중화권 최대 거래소인 바이낸스는 바이낸스 코리아를 통해 국내 거래소 설립을 준비하고 있고 전세계 14개국에 이미 진출해 있는 후오비는 국내에서도 후오비 코리아로 영업 중이다. 오케이코인도 4월부터 영업 중이고 BTCC도 한국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하 교수는 “올 4월까지만 해도 전세계 거래대금 비중 9.7%까지 올라갔던 빗썸은 현재 점유율이 2%대로 낮아졌고 7%에 육박했던 업비트 역시 현재 1%대 점유율로 곤두박질 쳤다”며 “국내 투자자들은 어차피 원화 입금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국내 거래소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고 느끼고 있다”며 국내 거래소의 침체와 중국 거래소 부상의 첫째 원인을 규제로 꼽았다. 그러나 그는 “수수료율로 보면 빗썸은 평균 0.15%인 반면 오케이코인은 0.04%로 중국 거래소가 상대적으로 경쟁이 높고 거래량에서도 중국 거래소들이 앞서 있고 상장 코인수에서도 빗썸(50여개), 업비트(270여개)에 비해 후오비(273개)와 오케이코인(503개) 등이 우세하고 원화나 위안화 뿐만 아니라 여타 다양한 통화로도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며 중국 거래소의 강세가 더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중국 거래소들이 한국으로 밀려오는데 한국 거래소들은 역차별을 받고 있는 만큼 이런 역차별을 원천적으로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국내 거래소에 대한 법과 제도를 신속하게 마련하되 이런 틀이 완비할 때까지 외국 거래소 영업을 허가제로 규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이후 토론자로 나온 김태원 글로스퍼 대표도 “국내 거래소들이 위축된 상황에서는 국내 블록체인 프로젝트가 제대로 성장하기 어렵다”며 중국의 암호화폐 산업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기흥 경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역시 “우리 정부가 암호화폐 산업을 과도하게 규제하고 있어 국내 거래소들이 상대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으며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