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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와 니혼게이자이(닛케이) 등은 28일 아베 총리가 “지병 악화로 국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태를 피하고 싶다”며 이같이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며 한때 닛케이 평균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6% 떨어지기도 했다.
아베 총리, 지병으로 두 차례 사퇴
아베 총리의 사퇴 결정은 50년 가까이 앓아 온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재 65세인 아베 총리는 중학교 3학년인 17세 때부터 궤양성 대장염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난치병으로 지정한 궤양성 대장염은 완치할 수 없다. 체중 감소와 복통, 발열 증상을 일으키며 약으로 증상을 억제할 뿐이다. 과거 아베 총리를 담당했던 기자는 닛케이에 “아베 총리가 이따금 회식 때 술을 못 마시고 식사량도 적었다”고 회상했다.
아베 총리가 직을 던질 정도로 건강이 악화한 게 아니냐는 우려는 줄곧 있었다. 지난달 6일 일본 주간 뉴스 포스트 세븐은 아베 총리의 토사물 속에서 위산과 출혈이 섞인 검은 덩어리가 발견됐다며 건강 악화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아베 총리가 이번 달 들어서만 두 차례 병원을 찾으며 건강악화설에 기름을 부었다. 지난 24일 도쿄 게이오대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나온 아베 총리는 건강 상태와 검사 결과를 묻는 취재진에 “그런 것들에 대해선 다시 이야기를 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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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는 과거 총리직을 내려놨을 때 무책임하다는 비난에 시달린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난 2007년 9월 아베 총리는 궤양성 대장염이 악화했다며 총리가 된 지 1년 만에 전격 사임했다. 아베 총리는 이에 대해 후회한 것으로 알려져 이번에는 임기를 끝까지 마치리라는 것이 정계의 중론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아베 정권의 실책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며 아베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23일 마이니치신문이 벌인 여론조사에서는 ‘총리의 연내 사임을 바란다’는 응답이 23%를, ‘즉각 사임을 바란다’는 26%를 기록했다. 일본 국민 절반이 아베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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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가 사퇴 의사를 굳히면서 자민당은 후임자 선출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신임 총재의 임기는 아베 총리의 남은 임기에 해당하는 내년 9월 말까지다. 닛케이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라이벌인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총리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봤다. 그는 일본 유권자들이 차기 총리감으로 여기는 의원 1위에 손꼽힌다. 하지만 아베 총리의 견제를 받는 등 자민당 내에서는 세력이 약하다.
아베 총리가 선호하는 후계자로 알려진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도 차기 총리 후보로 손꼽힌다. 기시다 정조회장은 지난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아베 정권에서 외무상을 지냈다. 다만 일본 유권자들의 지지는 약하다.
현 내각의 연속성을 위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이 차기 총리를 맡을 가능성도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차남인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도 아베 총리의 보수적 견해를 일부 공유한다는 점에서 후보로 꼽히기는 하지만 39세인 그의 나이가 어리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장 아베 총리의 자리에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날 오후 5시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을 예고한 상태다. 두 달 만에 정식 회견을 하는 것이어서 건강 상태에 대해 설명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총리직을 내려놓는 이유를 직접 설명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