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권오석 기자] 9.19 남북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한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 파기했던 감시초소(GP)를 복원하고 해안포 포문을 개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보고받은 윤석열 대통령은 군사대비태세를 강조했다.
군 관계자는 27일 기자들과 만나 “9.19 군사합의에 따라 파기했던 11개 GP에 관측소(OP)로 추정되는 구조물을 만들고 있는 것이 전 지역에 걸쳐 식별됐다”면서 “24일부터 이곳에 중화기를 반입하고 주·야간 경계근무 등의 활동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선언’에 따라 DMZ의 평화지대화 실현을 위한 조치로 남북 군 당국은 GP 철수를 추진했다. 시범적으로 남북 간 GP 거리가 1㎞ 이내에 있는 곳 11개를 우선 없애기로 했는데, 이중 1곳은 병력과 장비는 철수하되 원형을 보존키로 했다.
| 동부전선 북한군 GP에서 관측소(OP) 추정 구조물을 만들고 있는 모습이 우리 군 지상 감시자산에 포착됐다. (사진=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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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당국이 이날 공개한 동부전선 지상 촬영 북한군 동향 사진에 따르면 북한군이 기존에 파괴한 GP 상단에 목조 구조물을 만들고 이를 도색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GP 상단에 감시소를 만드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 군 GP는 콘크리트 건물 전체가 겉으로 드러나 있지만, 북측 GP는 1~2층만 땅위로 모습을 드러내 놓고 나머지는 눈에 보이지 않게 땅 밑에 숨겨둔 형태다.
또 GP에 중화기를 반입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북한군은 GP 파기 후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켰지만, 현재 경계호를 만들어 무반동총기를 배치했다. 야간에 경계병력도 배치돼 있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와 함께 해안포 개방도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군 관계자는 “기존에는 평균 1개소에 1~2문 정도의 해안포가 개방돼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늘었다”면서 “개소 당 10문 이상, 기존 대비 몇 배씩 많아졌다”고 전했다.
북한은 군사정찰위성 발사에 대한 상응조치로 우리 정부가 22일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하자 23일 합의 전면 폐기를 선언했다. 그 직후 이같은 동향이 식별되고 있는 것이다. 군사합의 파기 선언 후속 조치로 최전방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동부전선 북한군 GP에서 참호를 만들고 무반동총을 반입하는 활동(왼쪽)과 야간에 경계병력이 배치돼 있는 모습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 (사진=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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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신원식 국방부 장관과 김명수 신임 합참의장에게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 조치 이후 북한의 동향 등 안보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고 “북한의 동향을 빈틈없이 감시하면서 우리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확고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북한 GP 복원에 대한 상응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군 당국은 지난 22일 9.19군사합의 ‘비행금지구역’ 효력 정지 조치 이후 육군 군단급 무인기 등의 감시정찰 비행 활동을 2018년 이전으로 복원했다.
한편 군 당국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경우 궤도 진입에 성공해 현재 정상적으로 지구 주위를 돌고 있어 2016년 2월 궤도 진입 후 며칠 뒤 고장난 ‘광명성-4호’와 비교해 기술적 진전을 이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북한의 위성 사진 촬영 주장에 대해선 궤도 진입 후 전력화까지 4~6개월 정도 소요된다는 점을 들어 보여주기식 선전으로 평가했다. 북한은 지난 21일 밤 쏘아올린 군사정찰위성을 통해 한반도에 이어 미국 하와이까지 촬영했다고 주장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