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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이자 ‘1300억원’ 배상해야…법조계 “중재판정, 원래 전부승소 어렵다”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중재판정부는 전날 우리 정부에 5358만6931달러(약 690억원)를 엘리엇 측에 배상하라고 판정했다.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 7억7000만달러(약 9917억원) 중 배상원금 기준 약 7%만 인용된 것으로 정부가 ‘사실상 승소’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배상원금에 붙는 이자와 법률비용을 포함하면 실제 정부가 지급해야 하는 돈은 1300억원을 넘길 것으로 보인다. 중재판정부는 2015년 7월 16일부터 판정일까지 5% 연복리의 이자와 법률비용 2890만3188.90달러(약 372억5000만원)를 엘리엇에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부 승소가 최상의 시나리오겠지만, 중재판정은 본질적으로 전부 승소가 나오기 어렵다”며 “법무부가 소홀하지 않게 탄탄하게 소송을 진행해 대규모 배상판결은 피했다”고 평가했다.
우리 정부와 엘리엇의 악연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승인 과정에서 당시 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등이 투표 찬성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하며 국가 배상을 요구하는 ISDS를 제기했다.
당시 삼성물산 지분의 7.12%를 보유하고 있었던 엘리엇 측은 한국 정부의 불법적인 개입이 없었으면 국민연금은 합병에 찬성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러한 합병이 없었다면 삼성물산의 가치 상승을 통해 장기적으로 많은 이익을 얻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5년 다툼 일단락 났지만…한동훈 법무부 ‘불복절차’ 밟을까
법무부는 ISDS 측으로부터 판정문을 송달받아 구체적인 분석을 거친 뒤 선고 요지를 공개하고 향후 계획 등을 대국민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엘리엇은 정부의 이런 기조를 의식한 듯 이날 입장문을 내 “중재판정에 불복해 근거 없는 법적 절차를 계속 밟아나가는 것은 추가적인 소송 비용과 이자를 발생시켜 대한민국 국민의 부담만 가중시키게 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놨다. 중재판정 결과에 승복하고 즉각 배상 명령을 이행하라고 압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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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S가 5년 만에 마무리되면서 다른 미국계 사모펀드인 메이슨 캐피털 사건으로 관심이 쏠린다.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된 ISDS는 총 10건으로 이번 엘리엇 사건을 포함해 총 5건에 대해 중재판정부 판정이 나왔고, 5건은 아직 진행 중이다.
특히 메이슨도 국민연금공단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투표를 하는 등 부당하게 개입해 2억달러의 손해를 봤다며 2018년 9월 ISDS를 제기했다. 당시 메이슨은 삼성물산 지분 2.18%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메이슨 사건이 엘리엇 사건과 쟁점이 비슷한 만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법무법인 리버티 김지진 대표 변호사는 “ISDS는 상호 양보를 전제로 하는 중재 재판이라 다소 청구인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수 있다”며 “그러나 이번 엘리엇 판결은 사실상 우리 정부의 승소”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주장하는 손해액은 다르나 쟁점은 같다”며 “메이슨도 엘리엇 판결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슨 외에도 스위스 기업 쉰들러는 한국 금융당국이 현대엘리베이터의 부당 유상증자를 방치했다며 청구액 1억9000만달러 규모의 ISDS를 2018년 10월에 제기했다. 2021년 10월에는 이란 다야니 가문이 한국 정부의 배상금 지급 지연 등을 문제 삼으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두 번째 ISDS를 제기했다.나머지는 개인이 우리 정부를 상대로 낸 ISDS다. 2020년 중국인 투자자는 국내에서 수천억원을 대출받은 뒤 이를 갚지 않아 담보를 상실하자 우리 정부가 국제법상 투자자 보호 의무를 위반했다며 1억5000만달러 규모의 ISDS를 제기했다. 2021년에는 미국 국적 투자자가 부산 수영구 재개발 사업에 따른 토지 수용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537만달러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