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서 '계약해지권·손해보상' 추진한다 했는데…현행법상 불가능

당정서 밝힌 '입주예정자 계약해지권', '입주자 손해배상'
기존법상 객관적결함 입증해야…보수가능하면 해제 불가
전문가 "보상 불가능, 특별법 통한 해결책 외엔 방법 없어"
2014년 세종모아미래도아파트 계약해지권 전례있어 기대
  • 등록 2023-08-03 오후 5:23:54

    수정 2023-08-03 오후 5:24:32

[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정부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무더기 철근 누락 부실시공과 관련해 ‘재당첨 제한없는 계약해지권’과 ‘입주자 손해배상’을 해주겠다고 밝혔으나 현행법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여당은 지난 2일 LH 발주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무더기 철근 누락 부실시공과 관련해 입주예정자에게는 재당첨 제한없는 계약해지권을 부여하고, 입주자가 원하는 만큼 손해배상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현행법상 입주자가 원하는 만큼 손해배상이나 제한없는 계약해지권을 행사하기에는 사실상 불가능해 이를 해결하려면 특별법 제정밖엔 없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1일 경기도 양주시 덕계동 양주회천A15블록 지하 주차장에서 건설 관계자가 철판보강된 기둥을 바라보고 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대표변호사는 3일 이데일리에 “기존 법안으로는 객관적인 결함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고 보수가 가능하다면 해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이 때문에 특별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변호사는 “손해배상 범위도 불분명하다. 통상 계약서 상 계약금을 손해배상 기준으로 보는데 이외 정신적 위자료 등은 사실상 인정을 해주지 않는다”며 “재산상 피해는 금전적 손실을 메워줌으로써 정신적 위자료도 포함됐다고 보기 때문이다. 청약에 따른 기회비용 등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없어서 보상할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보상범위가 어느 정도 구체화할 지가 의문이다. 전세사기 대책처럼 실효성 없는 대책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공공분양은 시세대비 저렴하게 분양받았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많지 않을 수 있다. 보강 공사를 철저히 해 안전문제를 더 철저히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 게 올바른 방향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 해제 시 청약 당첨 이후 다른 청약을 넣지 못한 기회비용, 정신적 피해보상 등에 대해서도 보상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실제로 적용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안전이 불안한 사람들은 페널티 없이 계약해지를 해주겠다는 건데 분양이든 임대든 실제 취소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라며 “당장 계약해지를 한다고 해서 다른 주택에 당첨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법으로 정한 보상 이외엔 제3의 기관을 통해 입증을 받아야 하는데 이 부분이 쉽지 않은 데다 아파트 하자에서 정신적 보상은 크게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철근 배근 부실에 따른 계약해지권 부여 사례가 있어 이번 사례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4년 5월 세종 모아미래도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철근 배근 부실이 드러나 계약해지권을 부여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634개소 배근점검 결과 334개소의 철근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57조에 따른 당첨자 명단 관리 조항에 따라 LH는 입주예정자가 예약해지 시 당첨자 명단을 삭제한 바 있다.

전례가 있었던 만큼 당정에서 발표한 ‘입주자가 원하는 만큼 손해배상’의 해당 범위를 두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중대한 하자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 부분을 인정해줄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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