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규제심판제도가 다룰 규제 대상들은 찬반 여론이 뚜렷해 상호가 수용할 수 있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게다가 심판부 구성원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면서 ‘깜깜이’ 규제심판제도가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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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조정실은 오는 4일 제1차 규제심판회의를 개최하고, 새로운 규제혁신 틀인 규제심판제도를 가동한다고 2일 밝혔다. 규제심판제도는 민간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규제심판부가 중립적인 시각과 국민의 입장에서 부처가 불수용한 규제개선 건의를 한 번 더 숙의해 규제개선 필요성을 판단하고 소관부처에 규제개선을 권고하는 제도이다.
영국의 ‘레드 테이프 챌린지(Red tape challenge)’를 본뜬 규제심판부는 민간전문가와 현장활동가 풀(Pool) 100여 명으로 구성돼 있다. 또 안건별로 전문분야에 맞춰 배정된 5인 내외의 규제심판위원이 규제의 적정성을 심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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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심판부는 이해관계자·정부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수용 가능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시한과 횟수를 정해두지 않고 계속해서 회의를 개최할 방침이다. 또 첫 회의 직후인 오는 5일 2주간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온라인 토론도 함께 진행한다.
규제심판부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시작으로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규제를 대상으로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규제심판의 주요 과제로는 △수산물유통업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가 △휴대폰 추가지원금 상한(단통법) 폐지 △미혼부 출생신고 제도 개선 △반영구화장(타투) 비의료인 시술 허용 △렌터카 차종 확대 △외국인 학원 강사 학력제한 완화 등이 있다.
구성원 깜깜이에 이견 조율 능력 의문…맹탕 제도 우려
이 국무2차장은 “부처부터 협회·단체, 대다수 국민까지 바라는 것이면 조금씩 양보하고 조금씩 합의해서 진행하게 될 것”이라며 “쉽게 되지 않고, 시간이 걸릴 수도 있지만 참고 견뎌야 할 전체적인 과정이라 보고 있고 반드시 어느 정도 선에 이르면 합의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심판부 구성의 대표성과 공정성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정부는 이해관계가 없는 100여 명의 전문가를 위촉했다며 명단은 구성원의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심판부 구성을 깜깜이로 운영하면 규제 개선의 방향성이 결정됐을 때 결정과 반대되는 쪽의 수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규제심판제도 자체가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국무2차장은 “전체 명단이나 논의 대상 명단 등이 공개되면 소신 있는 발언에 지장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구성원 본인들도 요구하고 있어 비공개하기로 했다”며 “앞으로 운영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심판부 위원 등과 협의해서 공개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