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에 사람이 지금보다 5배쯤 더 있다고 생각하면 어떤 모습을 상상하게 될까? 아마도 길거리는 어깨를 부딪히며 짜증내는 사람들과 버려진 쓰레기와 넘쳐나는 차들로 꽉 막힌 도로 그리고 불법 장사꾼들로 넘쳐나는 모습이 상상되겠지만, 실제 맨하탄에 가보면 굉장히 평온한 일상을 보내는 것을 알 수 있다. 센트럴파크 한쪽에선 여전히 시민들이 산책하고 운동을 즐긴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 속에 우리는 아주 작은 임시 천막을 치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Test Market”이라는 마케팅 전략이다. 마라톤 대회에는 주로 스포츠 의류 용품들 그리고 다양한 건강보조식품들이 이런 활동을 한다.
최근 들어 지역별로 있는 기업들의 영업점에 책임자로 여성들이 임명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여성의 섬세함이 마케팅 최일선에서 고객들을 감동시킬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몇 년 전에 인기리에 종영한 미생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할 것이다. 거기에 아주 재미있는 캐릭터로 변요한(훗날 ‘육룡이나르샤’에서 조선제일검으로 드라마에 등장했던 인물)씨가 이런 말을 한다. “현장을 무시하면 안되지 말입니다”
그렇다. 바로 “현장”이라는 두 글자를 말하고자 한다. 테스트 마켓이나 여성 지점장들은 바로 현장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기업의 경영전략이기도 하다.
인구 55만인 강남구에 갑자기 300만명을 모아두면 아비규환이 될 거라는 사무직의 이론적 계산이 현장에선 전혀 맞지 않게 된다. 맨하탄에서 그 사람들이 질서 있게 서로를 배려하면서 안전하고 깨끗하게 마라톤 행사를 즐기는 것을 상상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 행사 속에서 자사의 제품을 아주 작은 비용으로 테스트하고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으며 심지어 그들에게 제품을 각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사무직 종사자가 현장을 모르거나 혹은 무시한 아주 작은 이유로 기업은 막대한 규모의 시장조사 비용과 마케팅 비용을 지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것은 곧 비용이고 순이익을 갈아먹으며, 기업의 가치를 줄어들게 해서 결국 주가를 떨어지게 만든다.
미국 주식시장에는 이렇게 현장을 모르기 때문에 오해하는 다양한 현상과 주식들이 있다. 포드라는 자동차 회사의 현장을 알았다면 지난 12월 하락장에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주식을 계좌에 쓸어담고 연 8%의 안정된 배당수익까지 챙길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포드를 그냥 자동차 회사로 무너지고 있는 중이라 생각한다. 미국의 중산층 백인들이 링컨 차를 얼마나 선호하는지 알게 된다면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또 하나 변동성지수인 TVIX를 무분별하게 투자하는 사례들도 많다. 심지어 한국의 모 투자사에서도 수백억 원의 손실을 보는 사례도 있었다. TVIX라는 종목이 현장에서 시간가치가 사라지는 옵션의 성격이 있음을 제대로 알았다면 그런 무분별한 장기투자는 없었을 것이다.
기업의 경영에서 그리고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에서 “현장”은 결코 무시되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현장을 무시하지 않는 사람의 특징은 “관찰”이다.
사무직 종사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당연히 더 많다. 기업을 분석하고 재무상황이나 차트의 디테일을 분석하는 책상 앞의 기관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는 경우도 당연히 더 많이 있다.
하지만 개인들은 기관들과 전문 투자자들만큼 정보와 속도에서 앞설 수가 없다. 현대 사회에서 그런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책상 앞에서 현장을 모르고 쌓여가는 오해들은 결국 본인에게 손실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개인들이 수익을 지속적으로 내고자 한다면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기관과 전문가들이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 현장으로 나가야만 한다. 그 속에서 관찰하고 디테일 한 것들을 또 관찰해서 기회를 포착해야 하는 것이다. 기관들을 흉내내면서 책상 앞에서 무언가를 분석하려는 노력과 시간을 줄이고 내 주변의 현상들을 관찰하고 그것이 어떤 기업에 의한 변화인지 찾아내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6년 미국 시장의 중심인 뉴욕의 현장에서 개인투자자들과 함께 동거 동락한 필자의 경험으로 단언한다. 정보의 유통이 빠르지 못한 미국시장에서 투자를 하고 수익을 실현하고자 한다면, 책상 앞이 아니라 현장을 찾으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작성: 온라인 증권방송 이데일리ON 미국주식투자 ‘김태수’ 전문가
[본 글은 투자 참고용으로 이를 근거로 한 투자 손실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