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의 한 은행지점에서 펀드 가입을 안내하는 은행원 A씨의 말이다. A씨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으로 녹취를 진행하기 때문에 가입에 소요되는 시간만 1시간 이상이다”면서 “비대면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설치하고 진행하면 5분밖에 안 걸리고 수수료도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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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이 계도기간을 끝내고 전면 시행됐다. 시행 첫날인 27알 본지 기자는 시중은행에서 변화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 직접 펀드를 가입하러 은행 지점으로 찾아갔다.
본지 기자가 은행원 A씨와 상담을 통해 가입할 펀드를 선택하게 되면 제일 먼저 투자성향 분석을 진행한다. 창구에 마련된 태블릿 PC를 통해 질문이 나오면 하나씩 답변해 나가는 방식이다. 총 10개 내외의 문항으로 돼 있다. 문항을 모두 체크하면 은행원이 하나씩 확인한다. 새로 시행된 금소법에 따라 투자자의 투자성향보다 높은 위험도의 펀드에는 소비자가 원하더라도 가입할 수 없다.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려면 ‘공격적인 투자 성향’이 나와야 하는데 나중에 뒷말이 나오지 않으려면 투자자 성향 분석 과정도 전부 녹취한다.
특히 가입하려는 상품의 투자설명서와 약관, 계약서 등을 안내하는 부분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전 과정을 녹취하기 때문에 은행점원이 빠르게 읽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따박 따박 읽기 때문이다. 은행원 A씨는 “서류를 하나씩 읽기 시작하면 처음에 듣고 있던 고객들도 다음으로 넘어가자고 한다”면서 “고객들이 더 불편해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자는 어쩔 수 없이 창구 직원에게 모바일 앱으로 펀드에 가입하겠다고 하자, ‘고맙다’는 은행원의 답변이 돌아왔다. 모바일 뱅킹앱을 통해 펀드에 가입할 경우 절차가 줄어든다. 투자 성향을 파악한 뒤에 상품 설명에 대한 부분은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이다. 이후 은행원은 펀드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원금 손실에 대한 가능성을 다시 상기시켜줄 뿐이었다. A씨는 “비대면으로 가입하면 5분 정도에도 끝낼 수 있다”면서 “선취 수수료 등이 없어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소비자를 보호한다며 새로운 법이 시행됐지만, 사실상 모바일 가입하는 고객들은 제대로 내용을 읽지 않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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