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윤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31.8원까지 올라 마감했다. 두 달여만에 최고 수준이다. 전세계적으로 각종 지정학적 리스크가 불거지자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매수하려는 심리가 강해지며 환율을 밀어올렸다.
| 1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 지수,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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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1320.2원)보다 11.6원 오른 133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2일(1342.9원) 이후 약 두 달 보름 만에 최고치다. 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0.8원 오른 1321.0원에 개장했다. 이후 환율은 가파르게 올라 1330원 부근까지 상승했다. 오후 무렵 1330원을 돌파했고 이후에도 환율은 상승세를 지속하며 1330원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환율은 장 마감 직전까지 추가 상승하며 1332.5원을 터치했다.
올해 들어 홍해발(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와 대만 총통 선거로 인한 미국과 중국의 대립, 북한 도발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며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확대됐다. 이에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커지며 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2시 17분 기준 102.99를 기록하고 있다. 장 초반 102 중반대에서 103 부근까지 오른 것이다.
달러 강세에 아시아 통화는 일제히 약세다. 달러·위안 환율은 7.19위안대, 달러·엔 환율은 146엔대로 모두 상승세다.
위험자산 회피에 국내 증시는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순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지지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800억원대, 코스닥 시장에서 100억원대를 팔았다.
여기에 미국, 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주춤하면서 달러 강세는 더욱 지지되는 모양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원은 “과도한 미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유로존과 중국 경제 악화, 중동과 홍해, 북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 복합적인 악재들이 겹치면서 원화 변동성이 커졌다”면서 “이런 요인들이 당장 사그라들기 보단 단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달러 매수세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환율은 1200원대로 하회하기 어렵고 1300원대를 지속할 것”이라며 “이달 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가까워질수록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바뀌어가면서 환율은 점차 떨어질 듯하다”고 전망했다.
이날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에서 거래된 규모는 129억2300만달러로 집계됐다.
| 16일 환율 흐름. (사진=마켓포인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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