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중국 경제를 둘러싼 투자자 불안이 진정되지 않으면서 중국 CSI 300지수가 4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중 간 금리 차 확대와 맞물려 외국이 투자자 이탈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중국 하이안시의 한 공장에서 중국인 직원이 부품을 옮기고 있다. (사진=AFP) |
|
23일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CSI 300 지수는 이날 장중 3480.70까지 하락했다. 2019년 2월 이후 4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코로나19 펜데믹(대유행) 기간 때보다도 증시 상황이 안 좋다는 뜻이다. 상하이·선전 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이뤄진 CSI 300 지수는 중국을 대표하는 벤치마크 지수로 꼽힌다. 상하이종합지수 역시 장중 전 거래일 대비 1% 넘게 하락하며 이틀째 3000선을 밑돌고 있다. 심천종합지수도 한때 낙폭이 1.4% 이르렀다.
유밍밍 신다증권 애널리스트는 “해외펀드가 보유한 종목이 대형주 블루칩에 대부분 집중돼 있기 때문에 이들의 매도가 시장 하락의 주된 요인”배당금이 많은자들은 해외 투자자 노출도가 높은 업종은 주의하고 변동성이 낮고 배당금이 높은 부문에 집중해야 한다”고 SCMP에 말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8월 7일부터 이달 19일까지 후강퉁(중국 본토·홍콩 증시 교차 거래)을 통해 221억달러(약 30조원)에 이르는 중국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대로면 올해가 2016년 후강퉁이 시행된 이래 처음으로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 주식을 순매도하는 해가 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미·금 금리 차 확대는 외국인 투자자들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 골드만산스 리서치팀은 “미·중 간 금리 차이는 앞으로 몇 달 동안 지속적인 위안화 가치 하락과 자금 유출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계속되는 미국의 대중 수출 규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국제정세 불안감, 지지부진한 부동산 시장 회복 등도 시장 발목을 잡고 있다.
모건스탠리 리서치팀은 외국인 투자자 이탈이 “전례 없는 단계”에 들어섰다며 중국 정부가 추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지난주 발표된 중국의 3분기 경제 성장률(4.9%)이 시장 예상치(4.4%)를 웃돌면서 중국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게 외국인 투자자들의 걱정 아닌 걱정이다. 모건스탠리는 조만간 열릴 중국공산장 정치국회의와 3차 전체회의(3중 전회),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 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