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급자 공개가 사적 제재? 피해자들 움츠러들 수밖에”
대법원은 지난 4일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의 신상을 공개해온 구본창(61) ‘배드파더스’ 대표에게 벌금 100만원과 선고유예 판결을 확정했다. 1심은 구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고 대법원은 ‘배드파더스가 인격권과 명예를 훼손하는 사적 제재 수단의 일환에 가깝다’는 취지로 최종 유죄 판결을 내렸다.
구 대표는 10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묻자 “지금 ‘멘붕’에 가깝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지 생각 자체를 못 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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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 ‘소액 벌금’ 각오하고 싸움 택할지도”
대법원 판결 이후 사이트가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해졌지만 구 대표는 피해 양육자들의 요구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직 피해 양육자들은 법적 절차보다 사이트에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배드파더스 경우 약 2500건의 신상공개로 1000건의 사건을 해결했다. 양육 피해자들은 약 800명의 신상을 공개했는데 이중 300명이 양육비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구 대표는 “배드파더스 이후 복제 사이트가 나오기도 했는데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국 유사한 사이트가 생길 것”이라며 “판결 이후 향후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 의논해오는 피해 양육자들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소액의 벌금형’을 각오한다면 싸울 수 있는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대법원 판결로 ‘양육비’가 내 아이의 생존권이라고 생각하는 양육자와 개인 간 채권·채무 관계로 생각하는 양육자로 구분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이어 “소액의 벌금형을 물어도 싸우겠다고 하면 싸우는 것이고 양육자가 벌금형을 무는 가능성까지 감수하면서 받아야 할 필요가 없다고 하면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한다”고 덧붙였다.
구 대표는 근본적으로 법적 해결이 먼저인데 사이트를 운영하는 동안 법적 조치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법적으로 양육비를 받아낼 수 있었으면, 이런 사이트가 다시 생기지도 않았을 거라는 설명이다. 현재 국회에 양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안이 9건 발의돼 계류 중이다.
구 대표는 “이전 정부도, 현 정부도 선거공약 때 양육비 선지급제나, 얼굴 등 신상공개를 내놨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발의된 9건만 통과돼도 양육비 문제는 획기적으로 개선된다. 통과되는 안이 많아질수록 효과가 커질 것”이라며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