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이름따라 가치 결정돼" vs "외래어 남발, 기억 못할 만큼 길어"

공동주택(아파트) 명칭 관련 2차 공개 토론회
재건축·재개발 조합장, 공인중개사 등 초청해
"최소 가이드 두되 규제 보단 인센티브 방식"
  • 등록 2023-04-20 오후 4:52:56

    수정 2023-04-21 오전 8:14:00

[이데일리 이윤화 기자]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 이름이 너무 길고 외래어가 섞여 기억하기도 쉽지 않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이를 두고 작명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을 두고는 이견이 나왔다. 아파트는 주민들의 사유 재산이고, 이름에 따라 고유성과 재산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의견과 부분별한 외래어 남발과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긴 명칭 때문에 정작 주민들이 불편을 겪는단 주장이 맞섰다.

공동주택(아파트) 명칭 관련 2차 공개 토론회. (사진=이윤화 기자)


서울시, 아파트 명칭 관련 2차 토론회 개최

서울시는 20일 오후 2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후생동에서 재건축·재개발 조합장, 공인중개사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을 초청해 ‘공동주택(아파트) 명칭 관련 2차 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해 12월 건축·국문학, 지명 및 역사지리 등 각 분야별 전문가와 시민 등 과 함께 공동주택 브랜드에 대한 인식과 바람직한 개선 방향과 필요성 등에 대한 논의를 나눈데 이어 실제 아파트 이름을 짓는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이충기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패널로는 배인연 개포1단지 재건축 조합장, 김경훈 용답동구역 재개발 조합장, 김정우 신동아재건축 조합장 등 정비사업지 관계자들과 신민규 삼성물산 프로, 손창우 현대엔지니어링 책임매니저 등 시공사 입장에서 참석한 건설업계 종사자 뿐만 아니라 이영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의원, 서울시의회 이희원 의원도 참석했다.

서울시가 아파트 명칭에 관한 토론회를 마련한 것은 너무 길어 외우기도 어렵고 무분별한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는 현재 아파트 명칭을 아름답고 부르기 편하게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기 위함이다.

통상 아파트 이름은 지역명, 건설사명, 브랜드명, 펫네임 등을 넣어 짓게 된다. 펫네임은 공원 근처이면 ‘파크뷰’, 숲이 있으면 ‘포레’, 학군이 좋거나 학원이 많으면 ‘에듀’, 중심가이면 ‘센트럴’ 등으로 표현해 입지를 강조하려고 붙이게 된 것이다. 아파트 명칭으로 인해 가격이 달라지는 현상을 경험하자 아파트 이름이 20글자가 넘어가는 경우도 생기고, 실제 입지보다 더 상급 아파트로 짓고 싶은 욕심에 옆 동네 지역을 붙이는 등 기현상이 생겨나고 있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필요해 vs 주민들 자율성에 맡겨야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대부분의 패널은 간결하고 알기 쉬운 명칭으로 아파트 이름을 지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아파트가 주민들의 사유재산인 만큼 법적 규제로 강제하긴 어렵다고 봤다. 다만 서울시가 권고 수준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모범사례를 보인 단지에 현판을 달아주거나 하는 방식의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신민규 삼성물산 프로는 “단지 명칭에 영어, 라틴어 등 다양한 외래어가 남용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지만 법적 규제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서울시에서 신통기획, 모아주택 등 각종 주택사업을 진행하는데 그와 연계하거나 아름다운 단지 명칭에 대한 표창이나 현판을 제공하는 등 인센티브 제도를 두는 것이 적은 비용으로 행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법적 규제는 어렵지만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손창우 현대엔지니어링 책임매니저는 “지역명과 시공사의 브랜드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아파트의 가치를 표현 할 수 있으며, 펫네임까지 붙이는 것은 지금와서는 오히려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면서 “1군 건설사들이 모범을 보여야 하기 때문에 힐스테이트 브랜드는 회사에 요청해서 바꿔가려고 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파트는 주민들의 사유 재산인데다 고유성을 표현 할 수 있기 때문에 글자 수 제한 등을 두면 안된단 주장도 있었다. 이희원 시의원은 “재건축, 재개발 물건 중개 경험 등으로 비춰봤을 때 아파트 이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면서 “긴 이름이라고 하더라도 특성을 가진 이름이 나와야 아파트 고유성을 인정받고 가격이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파트 명칭을 둔 갈등이 생길 수 밖에 없단 현실적 고충도 나왔다. 현실적으로 간결하고 부르기 쉬운 아파트 이름을 정하고 싶어도 조합원들의 동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자산가치가 높아지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 수 밖에 없는데, 이 때문에 사업지 내에 갈등이 생겨나게 된다는 것이다. 배인연 개포1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결국 투표를 붙이면 아파트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의견이 기울긴 하지만 시공사에서 제안하는 내용, 주민들의 엇갈린 의견으로 인해 갈등 상황이 생겨나가 된다”고 했다.

아파트 이름을 정하는 것에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도 간결하게 정할 수 있도록 조합이 방법론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정우 신동아 조합장은 “저희는 ‘아크로 드 서초’라는 이름으로 정하게 됐는데 이는 시공사의 제안을 받은 것이 아니고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립해 자율적으로 지은 것인데 총 130개 의견 중 투표를 거쳐 최종 선정한 것”이라면서 “조합 차원에서도 시공사나 일부 주민들의 의견을 무조건 따르기 보다는 조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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