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수 전 대법관 "권력 견제 기구 검찰, 과거와 결별해야"

우리 법률가 빛과 그림자 주제 강연
"검찰, 권력 행사 법률가이자 권력 견제 기구"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자신의 이성 믿어야"
"검찰 조직 내 가족문화 등 구태 정리해야"
  • 등록 2024-06-25 오후 3:40:26

    수정 2024-06-25 오후 5:19:49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한국 민법학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양창수(72·사법연수원 6기) 전 대법관이 “권력 견제 장치로서 검찰이 과거와 과감히 결별하고 헌법에 의해 주어진 권력을 행사해달라”고 당부했다.

양창수 전 대법관이 2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우리 법률가의 빛과 그림자,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생각한다’를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대검찰청)
양 전 대법관은 25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우리 법률가의 빛과 그림자,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를 생각한다’를 주제로 한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이원석(55·27기) 검찰총장, 신자용(52·28기) 대검 차장검사 등도 참석했다.

제주 출신인 양 전 대법관은 서울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 후 1974년 제16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1979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로 임관해 서울형사지방법원, 부산지방법원 판사를 지낸 후 1985년부터 20여 년간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했다.

양 전 대법관은 최초 학계 출신 대법관으로 2008년부터 6년간 대법관을 역임했다. 이후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로 후학을 양성했다. 이 외에 2018년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위원장, 2022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그는 지난해부터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민법 전면 개정을 추진 중이다.

이날 양 전 대법관은 “우리 사회가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민주화와 산업화를 짧은 기간에 달성한 가운데 이를 표상하는 대표적인 단어는 법치주의”라며 “사람을 좇아 규율이 달라지는 게 아닌 객관적으로 정해진 규범을 좇아 국가가 운영되는 법치주의는 큰 권력이면서 동시에 권력 견제 장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검찰은 권력을 행사하는 법률가이면서 권력을 견제하는 기구”라며 “독일 철학자 엠마뉴엘 칸트의 ‘과감히 알려고 하라(Sapere aude)’의 계몽주의 정신처럼 법을 운용하는 입장에서 믿을 것은 오직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자기 자신의 이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조선 시대 말부터 지금까지 겪어온 경험에 비추면 지금 (검찰이) 굽히거나 축소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역사에 대한 완전한 배신”이라고 꼬집었다.

양 전 대법관은 정치권에서 검찰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고 비난하는 것을 두고 잘못된 비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가장 집약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문서는 바로 헌법”이라며 “헌법에 의해 주어진 권력을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민주정치의 기본을 망각하는 생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의 임무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적나라하게 사실을 파헤치는 일”이라며 “사실이 가진 설득력과 발언력의 힘은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검찰 조직의 발전을 위해 과거의 악습을 과감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법률가들이 쓴 회고록 등을 보면 소위 백성들을 뜯어먹었다고 표현할 수 있는 행태들이 많이 나타난다”며 “음식점에 가서 밥 값을 안 낸다거나 비싼 술 시켜 먹고 그냥 가는 등 이같은 권력적인 모습과 결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검찰 공무원들 내부에는 가족문화 같은 게 있어 (누군가의) 부탁에 취약하다”며 “지나치게 내 편, 남의 편을 나누는 모습들은 과감하게 정리해달라”고 덧붙였다.

양창수 전 대법관(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과 이원석 검찰총장, 신자용 대검찰청 차장검사 등이 25일 강연 후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대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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