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원의 '장난?'...같은 당 의원도 "왜 가서 민폐 끼치나"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당 차원의 수해 봉사 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해 논란이 된 가운데, ‘새마을운동 모자’를 쓴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은 “김 의원이 평소에 장난기가 좀 있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11일 서울 동작구 수해 복구현장에서 주 비대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등 의원 40여 명과 보좌진, 당직자 등 100여 명이 함께 주민 피해 복구를 돕는 봉사 활동에 나섰다.

그런데 이날 봉사활동은 불난 데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김 의원은 고무장갑을 착용하면서 옆에 있던 권 원내대표에게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임이자 의원은 김 의원의 팔을 툭 치며 촬영 중인 방송사 카메라를 손으로 가리켰고, 권 원내대표는 굳은 표정으로 하늘을 바라봤다.

김 의원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환하게 웃는 권 원내대표의 모습도 논란이 됐다.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을 찾은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나경원 전 의원과 대화하며 활짝 웃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봉사 활동에 앞서 “수재를 입은 수재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놓치지 말고 장난을 치거나 농담을 하거나 심지어 사진을 찍는 일도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한 주 위원장의 당부도 소용 없었다.

주 위원장은 취재진에 “흉내만 내는 것이 아니라 진짜 제대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피해가 생기면 우리 당원들 모두 달려올 거다. 오늘뿐만 아니고 필요하면 또 할 거다”라며 진정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오전 서울 동작구 수해현장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채널A 갈무리)

결국 김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엄중한 시기에 경솔하고 사려 깊지 못했다”며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그는 “남은 시간 진심을 다해 수해복구 활동에 임할 것이고 수해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재차 사과했다.

주 위원장은 김 의원의 발언 논란에 대해 “제가 각별히 조심하라고, 지금 이 참담한 정서에 안 어울리는 말 하지 말라고 주의를 줬는데도 김 의원이 장난기가 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김 의원의 발언이 장난스럽게 한 말이라는 건가’라는 질문에도 “늘 보면 장난기가 있다”고 했다.

11일 수해 복구 자원봉사를 위해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동을 찾은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이 나경원 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반면 야당에선 사과 그 이상의 조치를 촉구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결국 복구를 지원하러 간 의미가 퇴색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더군다나 (권성동) 원내대표가 옆에서 (논란의 발언을) 이야기하는데 꾸짖지도 않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김 의원은 국민에게 빨리 사과해야 하고, 납득할만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논란이 된 김 의원의 발언을 소개한 채널A 방송에서 “정말 이게 국회의원 입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지금 이 수해가 어떻게 해서 발생했는가? 엄청난 비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고통을 입었는가?”라며 “그 현장에 도우러 간 사람이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는가?”라며 “공복으로서, 국민의 세비 받아가면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인가?”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저런 사고방식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고 있다는 거 자체가 창피하다. 저 분, 사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저 사람 말 한마디에 국민의힘의 (봉사활동) 진정성이 완전히 떨어졌다”라고 일갈했다.

또 김 의원과 같은 당의 조경태 의원은 YTN을 통해 “속마음이 들켰다는 표현을 하면 좋겠는가? 정치인들이 왜 저런 데 가서 민폐를 끼치는지 모르겠다. 하려면 수해가 끝날 때까지 장화 신고 가서 열심히 하든가”라며 “이런 모습들이 저는 과연 우리 국민의힘이 국민한테 힘을 주는 정당이어야 하는데 자꾸 국민들 힘 빼는 정당이 돼서야 되겠는가? 저도 같은 당의 소속 의원으로서 정말 죄송하고 송구스럽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