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홍해에서 후티반군의 민간 상선 공격 강화에 미국, 영국 연합군이 대규모 공습을 강화하는 등 중동 불안이 고조되고 있지만 국제유가는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국제금융센터는 중동 불안에도 유가가 상승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국금센터는 16일 ‘미국의 후티반군 공습 이후 국제유가 영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12일 공습 이후 한 때 4% 넘게 올랐으나 이후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 부진 우려에 상승폭이 1% 내외로 축소됐다”고 밝혔다.
| 출처: 국제금융센터 |
|
미국이 후티반군을 향해 추가 공습을 시사하고 후티반군이 맞대응을 예고하고 이란은 미국과 영국의 공습을 맹비난하고 나서고 있지만 유가 충격은 제한적이다.
보고서는 “유가는 작년 10월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발발 이후에도 충분한 공급, 수요 부진 가능성 등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완화되며 최근까지 약세를 시현했다”며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가 올 1분기 일일 90만배럴 추가 감산 결정을 했으나 시장에선 감산이 제대로 이행될 지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최근 아시아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 2월 인도분 원유 공식판매가격(OSP)을 큰 폭 인하한 것도 올해 원유 수요 둔화 가능성을 재차 부각시켰다.
보고서는 “미국과 후티반군간 추가 충돌, 이란 개입 등으로 유가 상승 압력이 증대될 가능성이 상존하지만 현재의 수급 상황을 감안하면 유가가 상승 추세로 전환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가를 바라보는 시각은 둘로 나뉜다. 골드만삭스는 페르시아만으로 분쟁이 확산되고 이러한 분쟁이 한 달간 지속될 경우 유가가 20% 상승할 것이라고 봤다. 스탠다드차타드(SC) 등은 시장이 글로벌 원유 공급 증가에 관심이 집중돼 홍해의 상황 악화를 간과하고 있다며 유가는 최소 10달러 가량 저평가돼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번 사태와 관련된 국가들이 확전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유가의 상승 압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실제로 올 들어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유가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9개 기관의 올해 브렌트유 가격 전망 평균치는 지난달 배럴당 88달러에서 올 1월 83달러로 하락했다. 글로벌 원유 수요 둔화, 미국 셰일오일 증산 등 비OPEC+의 증산에 따라 수급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