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운영하는 석유 저장 시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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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미국의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당한 사이버 공격을 수습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나섰다. 주요 송유관이 랜섬웨어 공격으로 폐쇄되면서 미국 내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면서다. 특히 이번 공격은 미국 내 백신 접종에 힘입어 여행 수요와 함께 항공유 수요가 늘어나는 가운데 이뤄져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교통부는 이날 연료 조달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 7일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의 폐쇄 여파를 완화하기 위해 도로별 연료 수송 제한을 해제한 것이다. 교통부는 “이번 선포는 가솔린과 디젤, 항공유 및 기타 석유 제품을 즉각적으로 운송할 필요성에 따른 것”이라고 선포 이유를 설명했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미 동부 해안에서 소비되는 연료의 45%를 공급하는 미 최대 송유관이다. 걸프만에 밀집한 미국 내 정유시설에서 생산한 각종 석유제품을 애틀랜타, 워싱턴, 뉴욕 등 미국 동남부 지역으로 수송한다. 총 8850km에 달하는 송유관을 통해 하루 1억 갤런(약 3억7800만 리터)의 휘발유와 디젤유, 항공유 등을 운송한다.
이 회사는 지난 8일 일부 소규모 노선을 재가동지만 주요 송유관을 언제 다시 가동할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서비스를 복원하는 과정을 진행 중”이라며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전체 시스템을 다시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일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사이버 공격을 당한 것을 인지한 뒤 같은 날 오후 가동을 멈췄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동유럽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인 ‘다크사이드(Darkside)’가 랜섬웨어(ransomeware) 수법으로 이 회사 시스템을 공격한 것으로 보고 있다.
| 지난 9일 미국 플로리다주 사우스비치에 존슨앤드존슨 백신 접종소가 마련돼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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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격은 미국 여행 수요가 늘면서 항공유 수요가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벌어졌다. 백신 접종 초기부터 미국은 자국 안에만 있으면 외국인이나 관광객에게도 백신을 맞게 해 주겠다는 백신 속지주의를 펴 왔다. 미국 안에 있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더 맞히는 것이 미국의 집단면역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다. 더군다나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다른 나라에서 구하기 힘든 화이자나 모더나를 맞을 수 있다는 이점에 캐나다나 멕시코, 태국 등에서 백신 접종을 목적으로 하는 미국 여행이 늘어나는 추세다.
|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6일 루이지애나주에서 인프라 투자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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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강조한 시점에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사이버 공격이 이뤄졌다는 점에도 외신은 주목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일자리 계획’이라고 명명한 2조2500억달러(약 2510조55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예산을 의회가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해 러시아가 미국 정부기관에서 광범위하게 쓰는 소프트웨어인 솔라윈즈를 해킹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미국의 중요 인프라에 사이버 보안 취약 우려가 커지는 와중 미 최대 송유관마저 해킹 공격을 받아 바이든 대통령의 인프라 부양책에 힘이 실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송유관 사이버 공격 여파로 석유 공급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연료 추적 회사인 가스버디에 따르면 지난 8일 송유관이 공급하는 지역의 휘발유 수요가 전주에 비해 약 4% 늘었다. 소비자들이 송유관 가동 중단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