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명백한 부작용인데 돈을 뜯어 내려는 것으로 봐서 속상해요.” (쌍커풀 수술 부작용을 겪고 있는 B씨)
미용을 목적으로 한 성형수술의 일상화 이면에서 병원과 환자 간 법적 갈등이 첨예하게 벌어지고 있다. 병원은 일부 환자들이 입소문이 중요한 특성을 노린 무고성 항의로 큰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해당 환자들은 부작용에도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라며 법정 싸움을 불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쟁을 조정할 수 있는 기구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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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이데일리의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강남구 소재 A성형외과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환자 2명을 각각 공갈 미수·명예훼손·사기 미수 혐의 등으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수술 이후 부작용을 주장하며 거액의 배상금을 요구했다는 게 A성형외과 관계자의 설명이다.
성형외과의 경우 사람들의 입소문과 인터넷 후기 등이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들의 공갈·협박에 약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C성형외과 관계자는 “한 성형외과는 보상금을 요구하는 환자들이랑 소송전을 벌이자 매출이 30%가량 떨어졌다”며 “부작용이 없더라도 1억원 벌고 1000만원 뜯기는 것보다 10억원 벌면서 1억원 뜯기는 게 나으니 울며 겨자먹기로 보상금을 주고 합의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약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성형외과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A성형외과의 경우 법무팀을 새로 구성해 변호사를 법무팀장으로 고용했다. A성형외과 관계자는 “원래 아예 법무팀이 없었는데 이런 배상 요구가 워낙 많다보니 로펌에 있던 변호사를 스카우트해 데려왔다”며 “원래 의료소송을 많이 담당했던 변호사”라고 설명했다.
‘나 몰라라’ 병원에 환자 울상…“중재원 제 역할해야”
환자들 역시 명백한 의료사고임에도 병원 측에서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쌍커풀 수술 이후 짝눈·점막들림 등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는 B씨는 “병원에서 재수술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믿음이 안 가 재수술비를 요구했는데 400만원(본 수술비) 중 100만원만 환불이 가능하다고 했다”며 “병원 측에서 고소 협박을 해 내가 쓴 후기를 내리긴 했는데 억울함을 충분히 표출하지 못해 다른 피해자가 생길까 우려된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재 역할을 해야 할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제대로 된 기능을 발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재가 성립되기 위해선 피신청인(의료기관 또는 의료인)이 중재를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2051건의 조정 중 645건(38.9%)이 시작도 못하고 각하됐다.
그나마 2016년 신해철법(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되며 사망 또는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등에 해당하는 경우 조정신청에 응하지 않아도 조정절차를 개시하게 될 수 있지만 성형수술의 경우 이에 해당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환자들은 민사소송을 거는 것이 의료분쟁을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 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피신청인의 동의 없이도 조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강제로 조정절차를 진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되 의사들이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충분한 기회를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