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4대 종단, 평화 기원 DMZ 400km 걷는다

'2024 DMZ 생명평화순례'
천주교·개신교·불교·원불교 성직자 모여
통일전망대까지 21박 22일 걸어서 이동
"한반도 긴장관계 완화시키는 발걸음"
  • 등록 2024-01-09 오후 3:18:52

    수정 2024-01-09 오후 3:28:2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천주교와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4대 종단 성직자들이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염원하며 DMZ(Demilitarized Zone, 비무장지대)를 따라 걷는다. 4대 종단 성직자들이 함께 순례길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천주교 민족화해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화해통일위원회, 실천불교승가회, 원불교 시민사회 네트워크 등으로 구성된 ‘2024 DMZ 생명평화순례 준비위원회’(준비위)는 2월 29일부터 3월 21일까지 21박 22일 일정으로 경기 파주시 오두산통일전망대에서 강원 고성군 통일전망대까지 걸어서 이동한다.

9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를 지낸 이은형 신부는 “이번 순례의 여정은 한국판 산티아고 순례길의 가능성을 여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 파기 후 고조되는 한반도 긴장관계를 종교인들의 생명평화의 마음으로 완화시키는 발걸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나핵집 목사(왼쪽 두번째)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열린 2024년 생명평화순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하루 20km씩 걸어서 이동…“매년 추진할 계획”

DMZ는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상징하는 장소다. 한국 전쟁을 멈추게 했던 휴전 협정 당시 남한과 북한은 휴전선으로부터 남, 북으로 각각 2km씩 병력을 배치하지 않기로 합의했는데 이 지역이 바로 비무장지대다. 비무장지대가 없이 양측 세력이 맞닿아 있다면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기에 비무장지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이곳은 민간인의 출입이 허락되지 않으며, 중립국 감시단이 지속적으로 감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분단 79년, 한국전쟁 74년이 되는 해다. 이 신부는 “매년 수많은 한국인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방문해 자신의 온전함을 회복하고자 걷고 있다”며 “전 세계에 여러 분쟁 지역이 있고 여러 아픔이 존재하는데 평화인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발걸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순례단은 각 종단별로 5명씩 20명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참여를 원하는 각 종교단체 관계자, 신도, 시민들도 일부 구간을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이들은 하루 20km 안팎을 걸어 전체 400km 구간을 이동한다. 또한 임진각, 화천토고미마을, 한국DMZ평화생명동산, 고성통일전망대 등 주요 거점에서는 강연회와 노래 공연 등의 부대 행사를 연다.

나핵집 목사(전 NCCK 화해 통일위원장)는 “군사 접경지역에서는 조금만 실수를 해도 국지전으로 번질 수 있는 엄중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전쟁은 일단 일어나면 막아낼 방법이 없기에 예방이 중요하다. 국민들의 의지와 신도들의 기도를 모아 한반도에서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나는 불행한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준비위는 이번 순례를 마친 뒤 향후 중국, 일본, 러시아, 미국 등의 종교인을 초청해 매년 순례를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준비위 위원장인 김찬수 목사는 “앞으로 계속해서 ‘생명평화순례’를 이어가는 게 우리의 목표”라며 “참여하는 종단도 점차 늘어나서 평화를 바라는 종교인들의 메시지를 사회에 전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2024 DMZ 생명평화순례준비위원회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가톨릭회관에서 연 ‘2024년 생명평화순례 기자회견’에서 4대 종단 성직자들을 비롯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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