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실직자 3명 중 2명은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 5일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비자발적 실직자 중 32.8%만 실업급여를 받았다고 답했다.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 이유는 ‘고용보험 미가입’이 42%로 가장 많았다. ‘고용보험에 가입했지만 실업급여 수급 자격 기준을 충족 못했다는 응답이 26.1%, 자발적 실업으로 분류돼 받지 못했다는 응답이 15.9%로 뒤를 이었다.
고용보험 없이 실업급여 가능할까
그렇다면 고용보험을 가입하지 못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예 방법이 없진 않다.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입증하면 된다.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다음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이직일 이전 18개월간(초단시간근로자의 경우, 24개월) 피보험단위기간이 통산하여 180일 이상일 것. △근로의 의사와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취업하지 못한 상태에 있을 것. △재취업을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것.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 입증은 ‘피보험 자격 확인청구’를 통해 진행된다. 신청은 사업장 관할 고용센터(국번 없이 1350번)에서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는 근무경력 등을 입증할 수 있는 서류(급여명세서, 급여통장, 근로계약서)가 필요하다. 고용센터는 근무한 사실을 확인하면 소급하여 피보험 자격의 취득 또는 상실 조치를 취한다.
근로자가 직접 피보험 자격을 신청하는 대신 사업주가 고용보험 소급 가입을 신청할 수도 있다. 이 경우는 고용보험 미가입으로 인한 사업주의 불이익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업주에게도 더 나은 선택이 될 수 있다.
고용보험 미가입 청년들...실업급여 수급 어려워
모든 경우에서 고용보험 피보험자 자격을 소급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가 근무 경력을 소명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김도연 노무법인 고덕 노무사는 “근무 경력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을 하고 기본급을 받은 자료 등을 미리 확보해야 하고, 여의치 않으면 메신저나 이메일 등을 통해 관리자에게 지시를 받은 내용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다르다”며 “설령 자료를 모아둔다 해도 근로 사실을 소명하기는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고용보험 미가입 직장에 종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도 실업급여 수급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1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사람 수’를 가리키는 고용보험 10·20대 가입자 수는 5개월 연속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0·20대는 지난해 9월부터 5개월 연속으로 2021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감소세를 보였다. 고용부는 10·20대 취업자가 선호하는 도·소매업과 사업서비스업, 공공행정 분야 일자리가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분석했다. 청년들이 종사할 만한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이다.
김 노무사는 “판례에서 제시하는 근로자의 기준이 너무 협소한 탓에 근로자들이 실업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며 “실업급여 지급 기준을 판단할 때 근로자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