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시험 선적…일주일 앞두고 연기 결정
2일 가스공사·삼성중공업 등 업계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지난달 16일 같은 달 23일 열리기로 한 한국형 LNG화물창 ‘KC-1’에 대한 시험 선적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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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2018년 2~7월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두 차례의 운항에서 LNG화물창 내 결빙 현상, 이른바 콜드 스팟(cold spot)‘ 결함이 발생했고 결국 운항이 중단됐다.
LNG 화물창 내부에서 콜드 스팟이 발생하면 외판 강도를 약화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LNG화물창은 천연가스를 강한 압력으로 액화 후 보관한다. 선박이 한 번에 더 많은 양의 천연가스를 운반하기 위해서다. 또 천연가스를 액체 상태로 유지하려면 영하 163도 이하의 초저온을 유지해야 한다.
결함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가스공사는 현대중공업이 수리를 마친 이듬해(2019년) 통영생산기지에서 KC-1에 LNG를 담는 1차 시험선적을 진행했으나 콜드 스팟이 재발했다. 재수리 후 진행한 2020년 2차 시험선적 때도 화물창 상부에 얼음이 생겼다. 2021년 진행한 3차 시험선적 역시 화물창 모서리와 상부 돌출부 등에서 콜드 스팟과 얼음이 생겼다.
가스공사는 삼성중공업의 부실 시공과 수리 미흡을 결함의 이유라고 봤다. 콜드 스팟이 생긴 모든 부위에 유리섬유(Glass Wool)가 불량하게 채워져 있었다는 게 그 근거다. 세 차례에 걸친 수리 때 이를 지적해 수리하게 했으나 수리하지 않은 다른 부위에선 계속 유리섬유를 채우지 않거나 불량한 상황이 확인됐다고 했다. 가스공사는 올 1~6월 KC-1에 대한 관계사 합동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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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가스공사는 앞선 3차에 걸친 시험 선적으로 65억원을 부담했다. 4차 시험선적 때도 72억원을 부담키로 한 상태다. 원랜 수리 의무가 있는 건조사가 부담해야 할 돈이지만 조선업 불황 등을 고려해 우선 부담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선박 운영사(SK해운)도 수리에 대한 유효성 검정을 요구하는 상황”이라며 “이른 시일 내 공식 검증자료 확인과 관계사 공동 검증으로 시험 선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삼성중공업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고 전했다.
삼성重 “경영진 교체 앞둔 가스공사의 일방적 통보”
삼성중공업의 주장은 이와 다르다. 경영진 교체를 앞둔 가스공사가 서류 미비를 이유로 LNG선의 입항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시험 선적 연기를 통보했다는 주장이다.
KLT는 가스공사와 조선 3사가 KC-1 설계를 위해 공동으로 설립했으나 가스공사의 지분율이 50.2%로 최대주주다. 나머지 3사 지분율은 각각 16.6%다.
가스공사가 경영진 교체를 앞두고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채희봉 현 가스공사 사장은 공식 임기를 마친 상태로 차기 사장 선임을 기다리는 중이다. 정부는 지난달 최연혜 전 새누리당 의원을 차기 사장으로 내정했다.
삼성중공업은 수년에 걸친 수리비와 SK해운이 운항하지 못한 손실을 더해 그 피해액이 수천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가스공사의 선적 시험 지연 행위로 피해가 더 커지게 됐다고 주장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가스공사가 선적시험 준비를 모두 마친 상황에서 이미 제출한 자료를 다시 요구하며 시험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KC-1의 품질 문제가 (가스공사가 주도한) 설계 결함으로 판단하면서도 건조사로서 최선을 다해 이를 수리해 왔다”며 “선주, 선급 요구에 따른 시험 재개를 앞두고 이를 미루는 건 가스공사 스스로 설계 결함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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