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 망중립성 폐기 시동…`오바마 지우기` 일환

아짓 파이 FCC 위원장 향후 추구할 12개 정책 내놔
제로 레이팅 관행 조사 중단..망 중립성 손질 ‘첫 걸음’
  • 등록 2017-02-06 오후 1:33:12

    수정 2017-02-06 오후 1:33:12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핵심 기술정책 중 하나였던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손질에 나섰다. 망 중립성이란 이동통신사 등 네트워크 사업자들이 콘텐츠 사업자들에 대해 차별·차단을 금지토록 한 원칙으로 인터넷을 사용할 때 트래픽 부하 발생과 상관없이 데이터에 차별을 두지 못하도록 해 동등한 접근을 보장한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지트 파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위원장은 지난 3일 웹사이트를 통해 FCC가 앞으로 진행하게 될 12가지 정책을 내놨다. 그는 “FCC 위원 대다수 지지를 얻지 못했던 오바마 행정부의 막바지 정책들에 얽매여선 안된다”면서 “해당 정책들은 폐기될 것”이라고 밝혔다. 파이 위원장은 지난 2012년 공화당 추천으로 3년간 FCC 공화당 위원으로 일하다가 지난달 24일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망 중립성 정책에 대해 사유재산 침해라며 비판해왔다.

그는 우선 무선 네트워크 사업자인 T모바일, AT&T, 버라이즌 등의 ‘제로 레이팅’ 관행에 대한 조사를 중단하기로 했다. 제로 레이팅은 소비자가 다운로드할 수 있는 스트리밍 또는 데이터의 양에 제한을 두지 않고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AT&T의 디렉TV 나우에 대한 데이터 무료 특혜 제공, T모바일의 데이터 공짜 프로그램인 빈지온, 버라이즌의 프로비 데이터360 프로그램 등이 이에 해당된다. 서비스 품질은 건드리지 않고 소비자에겐 혜택을 제공하기 때문에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진 않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경쟁업체 서비스를 불리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위법성 여부가 있다며 과도한 자사 서비스 우대 관행에 대해 조사해왔다. 실제 중간 보고서에는 위법성 증거가 있다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파이 위원장은 “조사기간중 제기됐던 어떠한 결론도 아무런 법적인 의미를 갖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YT는 이번 조사 중단을 계기로 향후 망 중립성 손질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이 위원장이 버라이즌 변호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망 중립성 폐기는 어느 정도 예고됐다. 버라이즌은 구글 등 대형 콘텐츠 제공업체들이 야기하는 트래픽 과부하로 망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호소해 왔다. 그러면서 특정 업체에겐 별도의 고속인터넷망을 제공하고 부과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향후 망 중립성 정책이 폐기 또는 수정될 경우 넷플릭스와 구글 등 콘텐츠 사업자들은 서비스 전송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동통신사들에게 지금보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또 차별없는 초고속 인터넷 혜택을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 왔던 실리콘밸리 대다수 사업체들이나 저소득층 등도 요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

공화당은 망 중립성과 네트워크 사업자들에 대한 FCC의 권한을 제한하는 법안을 도입, 파이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하고 있다. 마샤 블랙번 공화당 하원 의원은 “FCC는 핵심 사명을 벗어나 있다”면서 2주 안에 FCC 의제에 대한 청문회를 요구했다. 반면 민주당은 망 중립성 완화 법안에 맞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 안나 에슈 하원 의원은 “핵심은 망 중립성에 대한 검증이 법원에서 이미 이뤄졌으며 법원도 이를 지지했다는 것”이라며 “파이 위원장은 지적이고 열정적이지만 소비자와 대중 이익의 반대편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 위원장은 이날 저소득층들에게 초고속 인터넷 할인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던 9개 회사에 대한 보조금 지원도 중단하기로 했다. 아울러 무제한 또는 공짜 데이터 등 전화 요금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줄이는 한편 감옥에 있는 수감자들이 비싼 요금의 전화 통화를 할 수 없도록 조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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