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日총리에 'ICJ 회부' 촉구…"백신 맞고 바이든 만나고 싶어"

李할머니, 日대사관에 ‘위안부’ ICJ 회부 촉구서한 전달
미·일 정상회담 앞두고 조 바이든에 영상메시지 계획
“세월이 기다려주지 않아…ICJ 판결 나오면 따를 것”
“코로나 주사 맞고 바이든 만나 문제 이야기 하고파”
  • 등록 2021-04-14 오후 2:30:18

    수정 2021-04-14 오후 2:30:18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14일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다루자는 제안을 담은 편지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에게 띄웠다. 이 할머니는 오는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영상 메시지를 전달해 위안부 문제 해결을 요청할 계획이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일본군 위안부 ICJ 회부 추진위원장인 이 할머니는 이날 11시께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스가 총리에게 위안부 문제를 ICJ에 회부할 것을 제안하는 내용을 담은 서한을 공개했다.

앞서 이 할머니는 이날 오전 10시께 종로구 일본대사관에 직접 방문해 대사관 서기관에 ‘친애하는 스가 요시히데 일본국 내각 총리대신께’라는 제목의 서한을 전달했다. 해당 서한에는 일본어 번역본도 함께 담았다.

이 할머니는 “한국과 일본은 이웃나라다. 원수져서도 안 된다”며 “잘못을 확실히 밝히고 사과를 받아야 제가 명예회복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할머니는 “더 이상은 이렇게 싸우고 싶지도 않고 원수지기도 싫다”며 “죄는 밉지만, 사람은 밉지 않다는 걸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는데 그런 이유에서 ICJ까지 가야만 하는 게 소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ICJ에 가서 판결해주면 저는 거기에 따르겠다”며 “문재인 대통령님이 일본 총리를 이해를 시켜 ICJ에 가서 (잘못을) 확실히 밝히는 게 제 소원”이라며 위안부 문제의 ICJ 회부를 재차 주장했다.

이 할머니가 스가 총리에게 보낸 서한에는 “위안부 문제의 피해자 중심주의에 따른 해결과 한일 양국 간 대립 해소를 위해 위안부 관련 법적 분쟁을 ICJ에 회부해 국제법에 따른 권위 있고 구속력 있는 판결을 구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또 서한에는 “1990년대 이후 세계 각지의 위안부 피해자들은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전쟁범죄 인정 △진상규명 △공식사죄 △법적 배상 △책임자 처벌 △역사교과서 기록 △추모비와 사료관 건립 등 7개 사항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러한 요구와 권고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4일 오전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국제사법재판소(ICJ) 회부를 촉구하는 서한을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측에 전달하기 위해 서울 일본대사관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 할머니는 위안부 관련 쟁점으로 ICJ가 판단해야 할 구체적인 4가지 사항도 서한에 명시했다. △1930년대부터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국제법 위반 여부 △위안부 제도가 국제법 위반이었다면 일본에 대한 법적 결과는 무엇인지 △한국 국적 위안부(피해자)의 개인 청구권이 한·일 청구권 협정과 2015년 위안부 합의로 포기됐는지 여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지난 1월 한국 법원 판결이 국제법 규칙에 합치되는지 여부 등이다.

위원회 대변인인 김현정 배상과교육을위한위안부행동(CARE) 대표는 “일본대사관 측에서 책임지고 도쿄 외무성에 전달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ICJ 회부 추진위원회는 미·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 할머니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영상 메시지를 만들었다며, 트위터를 통해 전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할머니는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하겠지만, 세월이 저를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다”며 “지금 생각으로는 코로나 주사(백신)를 맞고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러 가서 문제를 좀 해결해달라는 부탁을 하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미국에서도 위안부 ICJ 회부를 위한 시민사회의 운동이 이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신희석 연세대 법학연구원 박사는 “스가 총리가 오는 16일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인데, 이 회담에 맞춰 미국에서 위안부 운동을 하는 개인과 단체들이 ICJ 회부 검토를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할머니는 지난 2월 16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ICJ에 회부해 해결하자는 기자회견을 개최한 뒤 활발한 활동을 진행했다. 국내외 학술 세미나와 인터뷰를 비롯해 지난 1일에는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3일에는 정의용 외교부 장관을 만나 ICJ 회부를 촉구했다. 지난 5일에는 국회를 방문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을 만나 의견을 전달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왼쪽 둘째) 할머니가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사진=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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