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침해, 국가·사회적 법익 침해" 전문가들 한 목소리

대법원 양형위, 양형기준안 제19차 공청회
기술유출·마약·스토킹 범죄 의결안 제시
3월 25일 130차 전체회의 개최 최종 의결
  • 등록 2024-02-16 오후 6:07:55

    수정 2024-02-16 오후 6:07:55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기술침해 범죄는 개인적 법익을 넘어 국가적·사회적 법익을 침해하는 중대범죄로 권고 형량을 현행 대비 올리는 것이 합당하다는 전문가들 의견이 나왔다.

대법원 전경. (사진=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6일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 스토킹범죄, 마약범죄 양형기준안을 대상으로 ‘양형기준안에 대한 제19차 공청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 및 시민들의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회의에 앞서 양형위원회 전문위원단을 대표해 김세종 양형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이 최근 수립한 새 양형 기준안을 발표했다. 양형위 의결안에 따라 국가 핵심기술을 국외로 빼돌리는 범죄는 감경 영역이면 2∼5년, 기본 영역이면 3∼7년, 가중 영역이면 5∼12년을 선고하는 것이 권고됐다. 형량 선택에 큰 영향력을 갖는 ‘특별 양형인자’ 중 가중인자가 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으면 1.5배까지 상한을 올릴 수 있어 최대 권고 형량은 18년이다.

산업기술 침해 유형 신설 ‘진일보’…구체적 근거 제시 지적도

지식재산·기술 침해 범죄 양형 기준안에 대해 최승재 변호사(세종대학교 법학부 교수)와 최성준 산업통상자원부 기술안보과장, 김웅재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지정토론을 진행했다.

최성준 산업부 과장은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를 별도의 유형으로 신설한 부분은 기존 양형기준에 비해 기술보호 관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라며 “영업비밀은 ‘기업의 사익’에 해당하나 산업기술은 정부가 산업경쟁력 제고나 유출방지를 해야 한다고 인정해 개별법에 따라 지정·고시·공고·인증한 기술로 국가·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기술로서 ‘국가적 이익’에 해당함을 고려할 때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 과장은 “영업비밀 침해행위보다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의 권고 형량이 전반적으로 더 높다는 방향성에 대해 찬성한다”면서도 “영업비밀 침해행위의 형량범위를 법정형이 유사한 범죄보다 더 높게 설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웅재 교수도 “산업기술 침해범죄와 영업비밀 침해범죄의 권고 형량범위를 달리해 산업기술 침해범죄의 형량을 규범적으로 더 상향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호진 양형위 전문위원은 “비록 영업비밀 침해범죄와 산업기술 침해범죄의 법정형이 동일하지만 산업기술보호법 및 각종 특별법 제정의 입법 취지에 비춰 보면 기술침해범죄는 국가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중대범죄적 성격이 강하므로 양자 사이의 불법성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법정형 동일 타범죄 비해 형량 높아” 지적에 “특수성 고려”

스토킹 범죄 양형기준안과 관련해서는 이승준 연세대학교 법전원 교수, 최운희 변호사, 경찰청 여성청소년범죄수사과 소속 김재영 경감이 토론자로 나섰다. 양형위는 스토킹 범죄와 관련해 일반 유형은 최대 3년까지, 흉기를 휴대하면 최대 5년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양형기준을 상향했다.

이승준 교수는 “흉기 등 휴대 스토킹범죄의 형량범위가 법정형이 동일한 다른 범죄에 비해 상당히 높게 설정돼 구체적 타당성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용민 양형위 전문위원은 “양형통계를 기초로 법정형이 동일·유사한 범죄의 형량범위를 참고하되 중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스토킹범죄의 특수성 내지 위험성, 그리고 스토킹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와 인식을 고려해 규범적 조정을 통해 형량범위를 다소 상향해 설정했다”고 부연했다.

최운희 변호사는 “벌금형을 선고받기 위한 합의 시도에 따른 피해 발생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벌금형의 가능 여부를 오로지 피해자의 의사에 맡길 것이 아니라 스토킹범죄 가중영역에도 애초부터 벌금형을 규정해 벌금형 선택 여부를 법관의 재량의 영역으로 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정현주 양형위 전문위원은 “피해자가 벌금형을 선고받기 위해 무리한 합의를 시도하다가 또 다른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는 공감하나 그러한 우려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중영역에서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게 한다면 오히려 양형 과정에서 피해자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성년자 상대 거래시 엄중한 처벌”…입증 한계 지적도

마약 범죄 양형기준안을 놓고 이재신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과학부 독성학과장, 천영훈 인천참사랑병원장, 김윤주 변호사가 토론을 맡았다.

앞서 양형위는 특히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마약류를 판매하거나 가액이 10억원을 넘는 마약을 유통할 경우 최대 무기징역까지 선고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대마도 기존보다 무겁게 처벌하도록 했다. 감경 영역이면 2년6개월∼6년, 기본 영역이면 5∼8년, 가중 영역이면 7∼10년을 권고했다.

김윤주 변호사는 “과거와 달리 최근의 마약 거래는 상당 부분 온라인을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마약 판매자가 그 상대방이 미성년자인지 성인인지 여부를 알고 거래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사건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설 유형을 적용할 수 있는 사건의 범위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한울 양형위 전문위원은 “개별 사례에서 미성년자에 대한 매매·수수 등 유형의 권고 형량범위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마약 판매자가 그 상대방이 미성년자인지 알고 거래했는지가 입증돼야 할 것이나 관련 증거들을 통해 미성년자에 대한 범행이 입증된다면 신설된 미성년자 대상 마약범죄 유형으로 엄중한 처벌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이번 공청회에서 제시된 의견과 관계기관 의견 조회, 행정예고 등을 통해 제시되는 의견 등을 반영해 전문위원 전체회의를 거쳐 내달 25일 제130차 양형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최종 의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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