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삭부인 살해사건' 파기환송심 징역20년 구형

【서울=뉴시스】 검찰이 만삭의 부인을 살해한 혐의(살인)로 구속기소된 의사 백모(32)씨에게 파기환송심에서도 중형을 구형했다.

31일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윤성원) 심리로 열린 백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원심과 같이 중형을 선고해 달라”며 원심과 마찬가지로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긴 시간동안 죽음과 맞먹는 고통 속에서 살고 있는 피해자 유족들에게 국가를 대신해 유감을 전한다”며 의견진술을 시작했다.

검찰은 “이 사건의 쟁점은 액사(손에 의한 목눌림 질식사)와 일반 질식사의 여부를 가리는 것”이라며 “피해자의 부검결과와 함께 이 법정에 출석한 법의학자들의 증언, 당시 시신의 모습과 상태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사인은 액사라는 것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의 목 부분 출혈과 눈 부위의 혈흔, 백씨의 팔과 이마에 난 상처 등 많은 증거들이 액사라는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백씨는 사건 당일 이른 시간에 독서실에 가 CCTV의 사각지대에 앉아 있으면서 40여통의 문자와 전화에도 진동소리를 듣지 못했다는 변명을 하고 있다”며 “백씨가 아내와 태아를 죽게하고서도 범행을 부인하며 반성하고 있지 않은 만큼 중형이 선고돼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변호인 측은 “욕조에 빠져 질식사한 피해자의 목 부위에서 출혈이 나타난 것은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며 “이상자세로 질식사한 경우에는 대부분 목 부위에서 출혈이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이어 “액사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당시 수사가 부실했던 점을 고려하면 제3자의 침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한 달 후 아이를 출산할 자신의 아내를 살해했다는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백씨 역시 최후진술에서 “아내를 살해하지 않았다”고 짧게 밝혔다.

아울러 피해자를 부검한 박모 법의관은 결심 공판 시작 전 증인심문에서 “피해자의 한쪽 목 부위에 나타난 출혈은 흔히 액사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이라며 “의혹이 제기된 머리 부분의 상처는 출혈량 등을 고려하면 시신을 옮기는 과정에서 부딪힌 것으로 생각된다”고 소견을 밝혔다.

백씨는 지난해 1월 마포구 도화동 자신의 집에서 출산을 한 달 앞둔 부인 박모(당시 29)씨를 목 졸라 살해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기소돼 1·2심 재판부로부터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액사라는 부검의의 소견에 의문점이 남아있고, 피해자가 질식사했다는 가능성도 남아있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한편 백씨에 대한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은 12월7일에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