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일(현지시간)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의 상장을 승인했다. 다른 SEC 위원들의 의견이 절반으로 갈라진 상황에서 ‘암호화폐 회의론자’로 꼽히던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이 상장 찬성표를 던진 게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
| 게리 겐슬러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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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SEC는 이날 ‘아크 21셰어즈 비트코인 ETF’(ARKB) 등 비트코인 현물 ETF 11개의 상장을 승인했다. 이들 ETF는 이르면 11일부터 거래를 시작할 예정이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을 두고 SEC 의견은 첨예하게 갈렸다. SEC 위원 5명 가운데 공화당 추천 위원 2명은 상장에 찬성했고 민주당 추천 위원 2명은 반대했다. 이런 상황에서 겐슬러 위원장이 상장 찬성에 표를 던지면서 상장 승인이 결정됐다.
흥미로운 건 겐슬러 위원장이 민주당원이자 대표적인 암호화폐 회의론자로 분류되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해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 거부 패소 이후부터다. SEC는 그레이스케일의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거부했다가 지난해 소송에서 패배했다. 당시 법원은 SEC가 비트코인 선물 ETF는 승인해놓고, 현물ETF 승인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겐슬러 위원장은 이 재판에 관해 “우린 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이 문제(비트코인 현물 ETF)를 새롭게 검토하고 있다”며 전향적 입장을 낼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도 “미 규제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반려 결정을 재검토하라는 법원 판결이 났고, 법원의 판결에 비춰워 볼 때 저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및 거래를 승인하는 것이 가장 지속 가능한 길이라고 생각한다”며 상장 승인에 찬성한 이유를 밝혔다.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 승인을 두고 암호화폐 업계에선 비트코인이 탄생한 지 15년 만에 제대로 된 투자 상품으로 인정받은 것이라며 환호했다. 반면 겐슬러 위원장은 이번 결정이 확대해석 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는 “우리가 비트코인을 승인하거나 보증한 건 아니다”면서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및 암호화폐와 가치가 연계된 상품 관련 위험을 계속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