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 중의 전관' 대법관 출신 변호사 사건수임 '부익부 빈익빈'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전관 중의 전관(前官)’으로 불리는 대법관 출신 변호사들 사이에서도 사건 수임이 편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 등록을 한 대법관 출신 변호사 38인 가운데 32인이 2011년 1월부터 지난 8월 사이에 수임한 대법원 사건(판결 선고 기준)은 1875건이다. 6인은 사건을 한 건도 맡지 않았다. 대한변협은 30일 최근 6년간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수임사건을 전수조사해 발표했다.

특히 전체 사건 1875건 가운데 70%(1326건)를 변호사 10인이 독식했다. 10인이 1인당 평균 132건을 수임했다. 나머지 22인이 평균 25건꼴로 수임한 것과 비교해 다섯 배나 많다. 32인이 1875건을 고루 수임했다면 1인당 58건꼴이다.

해당 변호사 10인 가운데서도 수임사건 수는 격차가 컸다. 1위를 기록한 변호사는 373건이나 됐으나 10위 변호사는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76건에 그쳤다.

상위 10인은 연도별로 약간 변동이 있었지만 32인 가운데 한 번이라도 이름을 올린 변호사는 16인에 불과했다. 서로 번갈아가면서 순위를 주고받은 셈이다. A 변호사는 2011년~2015년 매해 1위를 기록하다가 올해는 19건으로 2위로 한 계단 내려갔다. B 변호사는 2013~2015년 2위를 기록하다가 올해 1위에 올랐다.

전체 사건에서 보면, 변호사 32인이 수임한 사건 상당수가 재직기간이 겹치는 대법관과 연관돼 있었다. C 변호사는 자신이 수임한 76건 가운데 절반 정도인 44.7%(34건)가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대법관이 주심인 사건이었다. 이밖에 변호사 4인은 수임사건 23~35%가 이러한 유형의 사건이었다. 이와 함께 변호사 5인은 자신의 사건 14~18%가 고교 동문이 주심 대법관인 사건이었다.

대한변협은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전관예우를 방지하기 위해 연고관계에 의한 사건 수임을 차단할 실효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법원 측은 이날 대한변협 자료와 관련해 별도 언급을 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사건을 한 건도 맡지 않은 전직 대법관은 신정철·김달식·이명희·이정우·강신욱·차한성 등 6인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법조-대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