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수출 ‘곤두박질’..6년 만에 감소폭 ‘최대’(종합)

수출 393.3억弗 14.7%↓·수입 349.8억弗 18.3%↓
수출·수입, 8개월째 동반감소..금융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
무역수지 43.5억弗..43개월 연속 ‘불황형 흑자’ 지속
하반기도 ‘첩첩산중’..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 ‘빨간불’
  • 등록 2015-09-01 오후 1:28:51

    수정 2015-09-01 오후 7:38:04

윤갑석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이 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8월 수출입동향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산업통상자원부>
[세종=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삼성중공업(010140)은 지난 달 5억5000만달러짜리 유전개발용 해양플랜트(드릴쉽) 2척에 대한 인도 날짜를 2017년 2월로 연기했다. 저유가로 너도나도 원유 시추를 중단하고 있는 상황에서 배를 가져가봤자 사용할 곳이 없다는 미국과 영국 발주사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해 8월 96.6달러였던 두바이유가 올해 8월에는 47.8달러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석유제품 수출단가는 같은 기간 배럴당 113.4달러에서 66.8달러로 반토막이 났고, 석유화학 수출단가도 톤당 1588달러에서 1170달러로 주저앉았다.

8월 수출이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6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수출은 올 들어 단 한 차례의 반등 없이 8개월 내리 뒷걸음질 치면서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입은 더 많이 줄었다. 무역수지 흑자가 43개월째 이어졌지만 여전히 ‘불황형 흑자’다. 수출을 둘러싼 악재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특히 올해는 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도 어려울 전망이다.

8월 수출 14.7%↓..低유가에 6년만에 감소폭 ‘최대’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금액은 393억달러에 그쳐 지난 해 같은 달보다 14.7% 감소했다. 지난달 수출 감소폭은 금융위기 여파로 수출이 급감했던 지난 2009년 8월(-20.9%) 이후 6년 만에 최대다.

이 기간 동안 수출이 두 자리 수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적은 올해 5월(-11.0%)이 유일하다. 월별 수출액이 400억달러를 밑돌게 된 것도 2011년 2월(384억달러) 이후 4년 6개월 만이다.

8월 수출이 쪼그라든 것은 저유가로 고전하고 있는 석유화학·석유제품 탓이 크다. 올해 상반기 상승세를 보였던 두바이유는 6월(60.8달러) 이후 7월(55.6달러), 8월(47.8달러) 등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석유화학·석유제품 수출액은 주저앉은 수출 단가를 회복하지 못하면서 1년 전보다 각각 25.7%, 40.3% 줄었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당초 예정돼 있던 드릴쉽 인도가 지연되는 등 일회성 요인이 발생한 것도 8월 수출을 끌어내리는 데 영향을 끼쳤다. 8월 선박 수출은 전년 동월대비 51.5% 급감했다.

윤갑석 산업부 무역정책 국장은 “올 들어 석유화학·석유제품 수출 감소폭이 월 평균 23억달러 수준에 머물렀으나, 8월에는 30억달러로 확대됐다”면서 “또 8월에 드릴십 2척을 인도할 예정이었는데, 발주처에서 이를 연기하면서 수출 감소폭을 키웠다”라고 설명했다.

철강(-17.4%)과 자동차(-9.1%) 및 자동차부품(-15.9%), 평판디스플레이(-6.8%), 일반기계(-15.5%), 컴퓨터(-0.3%) 등 주력 품목을 비롯해 섬유(-21.4%), 가전(-8.7%) 등 대부분의 품목들도 1년 전보다 수출이 줄었다.

그나마 삼성전자(005930)의 갤럭시노트5, 갤럭시S6 엣지+ 등의 호조세에 힘입은 무선통신기기(19.0%)와 반도체(4.7%) 수출이 선전했다. 또 신규 수출 유망품목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장품 수출이 81%, 26%씩 늘어 수출 감소폭을 다소 완화시켰다.

지역별로는 최근 새로운 생산기지로 자리매김 중인 베트남(32.4%)을 제외하고 모든 지역에서 감소했다. 특히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텐진항 폭발사고로 8.8% 크게 줄었고, 유럽연합(EU)과 미국으로의 수출도 각각 20.8%, 4.4% 감소했다.

이밖에 △일본(-24.4%) △아세안(-6.5%) △중남미(-21.3%) △독립국가연합(-44.9%) △중동(-19.2%) 등지로의 수출도 일제히 감소했다.

43개월째 ‘불황형’ 흑자..무역규모 1조弗 ‘빨간불’

8월 수입은 350억달러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유가가 원자재 단가 하락에 하락을 미치면서 원유(-45.4%), 석유제품(-51.4%), 가스(-53.2%), 석탄(-25.8%), 철강(-23.4%) 등 주요 원자재 수입이 일제히 감소했기 때문이다.

수출금액에서 수입금액을 뺀 무역수지는 43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는 수출·입의 동반 부진에도 흑자가 유지되는 ‘불황형 흑자’의 모습을 43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 회복이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올해 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들면 전체 무역규모도 감소할 수밖에 없어서다. 무역규모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 1조달러를 넘어섰으며, 이 기간 동안 1~8월 교역규모는 항상 3분의 2 수준인 6600억달러 내외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6508억달러로 약 90억달러 부족하다.

윤 국장은 “남은 4개월 동안 유가하락이라는 부정적 요인이 있지만 원화가치 하락이라는 긍정적인 요인도 혼재하고 있다”면서 “현 시점에서 무역규모 1조달러 달성 여부를 전망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올해 3분기에는 석유제품·석유화학 및 선박을 중심으로 수출 감소세가 이어지겠으나, 4분기에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장품 등 신규 수출 유망품목 및 반도체, 무선통신기기, 자동차 등에 힘입어 소폭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수출단가는 유가하락과 공급과잉 등으로 18% 감소한 반면, 수출물량은 3개월 연속 증가해 3.8% 늘어나는 등 수출 동력은 살아있다”면서 “3분기에는 유가하락 영향이 지속되겠지만 4분기에는 신차출시 등으로 수출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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