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서 숨진 딸 못 놓은 아버지…새 생명 낳고 떠난 어머니

자던 중 건물 붕괴돼 잔해에 깔려 숨져
지진 발생 10시간 만에 구조된 신생아
콘크리트 아래서 동생 머리 감싸던 소녀
국제사회 지원에도 사상자 수 증가 전망
  • 등록 2023-02-08 오후 2:15:29

    수정 2023-02-08 오후 2:15:29

[이데일리 이재은 기자] 튀르키예와 시리아 북부 강진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양국의 참사 현장에서 가족을 잃은 사연과 극적인 생존 사례가 전해지고 있다. 튀르키예에서 10대 자녀를 잃은 아버지는 건물 잔해에 앉은 채 딸의 손을 놓지 못했으며 시리아의 한 어머니는 자녀를 낳은 뒤 세상을 떠났다.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카흐라만마라슈의 무너진 건물 잔해에서 한 주민이 잔해 속의 숨진 15세 딸 손을 붙잡고 있다. (사진=AFP)
7일(현지시간) AFP 통신이 보도한 사진에는 튀르키예 남동부 카라만마라슈에 사는 메수트 한제르씨가 건물 잔해에 깔려 숨진 딸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그의 딸인 이르마크 한제르(15)양은 지진 발생 당시 침대에 누워 있어 무너지는 건물 잔해를 피하지 못하고 콘크리트, 창문 등에 깔려 숨졌다. 구조 당국과 시민들은 한제르양을 비롯한 희생자를 빼내려고 애썼지만 도로가 파괴되고 추운 날씨가 이어져 신속한 작업이 이어지지 못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이 사진 만큼 강진의 피해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사진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녀가 거주했던 카라만마라슈는 진앙 부근인 남부도시 가지안테프에서 북쪽으로 80㎞가량 떨어진 곳이다.

6일(현지시간) 시리아 강진 피해 현장에서 구조된 신생아 (사진=AP)
같은 날 튀르키예 국경 인근의 시리아 진데리스에서는 아부 하디야씨가 아기를 낳고 숨지는 일이 벌어졌다. 하디야씨와 남편을 비롯한 자녀 4명은 건물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지만, 아기는 지진 발생 1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 아기가 입원한 알레포주 어린이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 하니 마루프는 7일 AP통신에 “건강 상태가 양호한 편”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기의 엄마는 출산 당시 의식이 있었지만, 곧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만약 아기가 한 시간이라도 더 (건물 붕괴) 현장에 남겨졌다면 숨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하디야씨는 6일 새벽 지진 발생 당시 가족들과 아파트 밖으로 나가려고 했지만 건물이 무너지며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시신은 7일 진데리스 외곽의 한 묘지에 안치됐다.

7일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서 활동 중인 프리랜서 기자가 공개한 아이들의 구조 당시 모습 (영상=트위터 @AlmosaZuher)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10세 미만으로 보이는 소녀가 동생을 안은 채 건물 잔해에 깔렸다가 구조된 모습도 공개됐다.

시리아 북부 알레포에서 현장 소식을 전하고 있는 한 프리랜서 기자 7일 SNS에 이 같은 영상을 올리며 17시간 만에 구출된 아이들의 사진을 공유했다. 영상 속 이 소녀는 동생의 머리를 감싸고 있다가 구조대원이 다가오자 “제발 우리를 구해달라”고 말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튀르키예 남동부 하타이에서 주민들이 지진으로 부상한 한 여성을 쇼핑카트에 태워 옮기고 있다. (사진=로이터)
로이터, AP통신 등은 튀르키예, 시리아 주민들이 가족과 이웃을 찾기 위해 적절한 구조 장비 없이 건물 잔해를 파헤치며 구조 작업 중이라고 보도했다. 내전으로 사실상 무정부 상태인 시리아 북부에서는 난민 구호 활동 중이던 비정부단체들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튀르키예 동부 말라티아에서 맨손으로 건물 잔해를 들어올리던 사비하 알리낙씨는 “시댁 손자들이 여기에 있다”며 “이틀간 이곳에 있었다. 정부는 어디에 있나. 우리가 이들을 구조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튀르키예 강진으로 7일(현지시간) 남부 하타이주에서 건물이 붕괴된 모습. (사진=로이터)
앞서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는 지난 6일 오전 4시 17분 발생한 규모 7.8의 강진으로 순식간에 폐허가 됐다. 같은 날 오후 1시 24분에는 규모 7.5의 지진이 이어졌고, 7일 오전 6시 13분에는 튀르키예 중부에서 규모 5.3의 지진이 발생했다.

강진 피해를 겪고 있는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향한 국제사회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진의 영향과 악천후로 사상자 수는 더 늘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양국의 집계를 합친 사망자 수는 8100명을 넘어섰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최악의 경우 사망자가 2만명을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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