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25일 청담동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편집숍 분더샵 케이스스터디 매장 앞은 ‘크록스X살레헤 벰버리’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사기 위해 전날부터 밤을 새운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살레헤 벰버리는 아디다스 이지(Yeezy)를 디자인한 장본인으로 베르사체 풋웨어 부문 수장을 거친 유명 스니커즈 디자이너다.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패션 트렌드세터들이 추앙하는 인물로 벰버리 손이 닿은 신발은 완판의 완판을 거듭했다. 협업 제품은 국내에서는 분더샵 케이스스터디가 단독으로 발매하면서 인기몰이를 했다.
| ▲지난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신세계백화점 분더샵 매장 앞에는 25일 판매하는 ‘크록스X살레헤 벰버리’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사기 위해 오픈런에 나선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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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과 패션 대기업 등이 운영하는 편집숍은 패션 트렌드를 선도하는 장이다. 한 매장에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에는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트렌디한 브랜드는 물론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디자이너 브랜드 의류와 신발, 액세서리 등이 모여 있다. 패션에 능통한 각 기업 상품기획자(MD)나 바이어가 선별한 브랜드를 만날 수 있는 만큼 남들보다 한발 앞서 해외 브랜드를 경험하고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다.
이날 방문한 분더샵 청담에는 신명품으로 뜬 마린 세르(Marine Serre)를 비롯해 꾸레주(Correges), 르네 까오빌라(Rene Caovilla), 지안비토 로시(Gianvito Rossi) 등 다양한 해외 디자이너 브랜드 제품이 포진해있었다.
| ▲분더샵 청담점 2층 매장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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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과 신명품 발굴의 장 국내 편집숍 역사는
신세계(004170)백화점의 ‘분더샵’에서 시작됐다. 분더샵은 지난 2000년 8월 이명희 신세계 회장이 청담 플래그십스토어로 첫선을 보인 뒤 국내를 넘어 미국 뉴욕과 프랑스 파리에 진출했다. 분더샵이 발굴한 브랜드에는 특유의 해골 디자인이 특징인 영국 럭셔리 브랜드 ‘알렉산더 맥퀸(Alexander McQueen)’, 패션으로 벨기에의 국격을 높인 ‘드리스 반 노튼(Dries Van Noten)’, 빨간색 밑창 구두로 유명한 ‘크리스찬 루부탱(Christian Louboutin)’ 등이 대표적이다. 분더샵은 국내 편집숍 중에서 가장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
삼성물산(028260)이 지난 2008년부터 운영해온 편집숍 ‘10 꼬르소 꼬모’도 해외 브랜드를 발굴해 국내에 소개하는 인큐베이팅 역량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브랜딩을 펼치고 있다. MZ 세대가 열광하는 아미(AMI), 르메르(LEMAIRE), 메종키츠네(Maison Kitsune) 등이 대표 사례다. 최근에는 10 꼬르소 꼬모 서울이 운영하는 프랑스 브랜드 자크뮈스(Jacquemus)가 화제다. 지난해 10월 10 꼬르소 꼬모 청담을 시작으로 지난달 롯대백화점 본점에서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 ▲갤러리아백화점 G.STREET494 여성 매장 전경.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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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백화점의 편집숍 ‘G.street 494’는 여성과 남성관을 따로 운영한다. 다른 편집숍이 대중성을 확보했다면 G.street 494는 조금 더 생소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뚜렷한 브랜드를 전개한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의 RM이 착용해 이름을 알린 벨기에 브랜드 라프 시몬스(Raf Simons), 지민이 즐겨 입는 프랑스 브랜드 카사블랑카(Casablanca), 뷔가 좋아하는 보디(BODE) 등은 모두 G.street 494가 국내 처음으로 바잉한 제품이다. 각 브랜드별로 강렬한 디자인의 ‘쇼피스’의 경우 연예인들을 타깃으로 하지만 이를 순화하고 덜어낸 ‘커머셜피스’들을 일반인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갤러리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기준(1월1일~5월 22일) G.street494 여성관과 남성관 매출은 각각 81%, 28% 신장했다.
갤러리아백화점 Gstreet 494 관계자는 “백화점 고객의 다수는 샤넬, 에르메스와 같은 브랜드의 목적 구매가 많지만 더 재미있고 색 다른 걸 원하는 고객들이 편집숍을 주로 이용한다”며 “편집숍을 방문하는 일반 고객들은 브랜드가 두드러지는 것보다는 숨어 있거나 특이한 옷 즉 자기만의 브랜드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구매력 높은 MZ를 위한 편집숍도 대세 |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현대백화점 천호점에서 직원들이 ‘피어’ 상품들을 소개하고 있는 모습. (사진=현대백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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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3사는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MZ 세대 타깃 편집숍을 운영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069960)이 2019년 문을 연 스트릿 패션 편집숍 ‘피어(PEER)’는 MZ 세대를 위한 오프라인 공간 성공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피어는 슈프림, 스포티 앤 리치, JW앤더슨 등 30여개 국내외 유명 스트릿 패션 브랜드를 포함해 스케이트보드·리빙 소품까지 총 100여개 브랜드를 전 매장에 걸쳐 운영 중이다. 온라인 인기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Mardi Mercredi)’, ‘아르떼(arte)’를 유치한 건 피어가 처음이다. 피어 매출은 첫해 16억원에서 지난해 100억원으로 2년만에 525% 성장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피어는 현대백화점의 MZ 세대를 겨냥한 콘텐츠 차별화의 일환”이라며 “현대백화점 주요 점포에서 영고객이 즐겁게 쇼핑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앵커 콘텐츠 역할을 할수 있도록 문화와 체험을 가미한 콘텐츠도 함께 선보일 계획으로 전국 6개 점포를 올해 말까지 10개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편집숍 분더샵 청담점에 숍인숍으로 운영 중인 케이스스터디. (사진=백주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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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백화점의 케이스스터디(Casestudy)도 유스 컬처를 기반으로 2030에게 인기 있는 스니커즈와 스트리트 패션 아이템 등을 선보여왔다. 지난 2017년 2월에 분더샵 청담점에 숍인숍(shop in shop) 공간으로 문을 연 이후 지난해 신세계 강남점에 문을 열었다. 지난해에는 2030 영골퍼를 겨냥해 제이린드버그, 말본골프 등 핫한 골프 패션 브랜드와 손잡고 골프웨어와 골프백 등을 만들었다. 지난 4월에는 코오롱FnC의 더카트골프와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케이스스터디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늘었다.
| ▲갤러리아백화점 편집숍 ‘프레드시갈’ 전경. (사진=갤러리아백화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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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아백화점이 지난해 3월 문을 연 미국 로스앤젤레스 편집숍 브랜드 ‘프레드 시갈’도 MZ 세대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프레드 시갈에는 LA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브랜드의 패션, 스트리트,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 상품이 마련돼있다. 특히 미국 프리미엄 캐주얼 브랜드 ‘프로엔자 슐러 화이트 라벨’, 영국 친환경 브랜드 ‘어웨이크 모드’를 비롯해 자체 제작한 캘리포니아 감성 그래픽과 일러스트 티셔츠, 토트백은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 세대에게 사랑받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에 따르면 프레드시갈의 지난 4월부터 이달 22일까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