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오 원내대표의 연설 전문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해외동포 여러분!
정세균 국회의장님과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이낙연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바른정당 원내대표 오신환의원입니다.
나흘 후면 평창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립니다.
온 국민과 함께 올림픽의 성공을 마음다해 기원합니다.
올림픽은 전 세계인의 스포츠 축제로서 선수들의
땀과 노력이 가장 먼저 주목 받아야 마땅합니다.
그럼에도 온통 남북 간의 정치적인
뉴스에만 매몰되어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뒷전으로
비춰져서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선수들이 이번 대회를 위해 바친 시간과 젊음이
정치적인 목적 보다는 누구나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공정한 경쟁의 축제를 위해 쓰이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얼마 전 저는 노점을 하시는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제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며
사는 게 갈수록 힘들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언제나 저에게 힘내라고 격려해 주시던 떡볶이집 아주머니를
열흘 만에 다시 찾아갔더니 가게 문에는 ‘임대’라는 벽보만
덩그러니 붙어 있었습니다.
가슴 시린 이런 순간들마다
저는 ‘내가 왜 정치를 하는가’ 되묻게 됩니다.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저는 정작 가까이에 계신 분들의 삶에 도움을 드리지 못합니다.
제가 그 분들에게 가까이 갈 때마다
정치와 민생의 거리가 너무나 멀다는 사실을 느낍니다.
정치는 결국 민생인데,
우리 정치는 모두 민생을 말하고 있지만
아무도 민생에 도움이 못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바른정치가 아닙니다.
▣ 수구 보수와 낡은 진보로 얼룩져온 양당체제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날 우리 정치가 민생에서 멀어지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낡고 오래된 양당구도에 있습니다.
양극단에 치우친 두개의 거대 정당이
서로 자신만이 유일한 진리임을 주장하며
상대방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지구상에서 가장 번영하는 민주주의 국가들 중
우리나라만큼 주류 정당들의 이념 차이로
이렇게 갈등이 큰 나라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해방 후 70년이 넘었는데,
한국 정치는 아직도 해방공간의 그림자 안에 갇혀 있습니다.
한쪽 극단에는 반공주의에 갇힌 수구 보수가 있고
반대쪽에는 민족주의에 발목을 잡힌 낡은 진보가 있습니다.
낡은 양당구도의 뿌리인 이 두 세력은
같은 역사를 살아 왔지만, 전혀 다른 역사를 걸었습니다.
산업화를 주도한 세력과 민주화를 주도한 세력은 있지만,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하나의 대한민국은 없었습니다.
특히 정치권에는 우리 모두의 한국현대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국익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산업화 세력은 민주화 세력을 친북이라 의심하고
민주화 세력은 산업화 세력을 독재의 후손이라 여깁니다.
그 결과 보수가 정권을 잡으면 종북몰이 시대가 오고,
진보가 정권을 잡으면 적폐몰이 시대가 옵니다.
하나의 정치 보복이 또 다른 보복정치에 자리를 물려줍니다.
그러나 우리가 속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수구 보수와 낡은 진보의 극한 대립은
역설적으로 그들의 적대적 공존을 위한 것입니다.
거대 양당의 지배가 계속되는 가운데
한편에는 재벌대기업의 특권이 축적되었고,
다른 한편에는 귀족노조의 특권이 쌓여 왔습니다.
재벌도 아니고 귀족노조에도 들어가지 못한 90% 국민은
어디서 삶의 희망을 찾아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 미래를 향한 ‘통합과 개혁정치’의 시작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지난 1월 24일 저희 바른정당이 첫돌을 맞았습니다.
바른정당의 1년은 민생정치, 바른 정치를 모색하는 1년이었습니다.
한 해 전 이 나라의 보수는 한 순간에 궤멸되었습니다.
보수라는 명예로운 이름에 씻을 수 없는 오명이 씌워졌습니다.
국민의 질타 앞에 스스로 뼈를 깎고, 스스로 껍데기를 벗는
고통스런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희들은 보수의 이름을 바로잡고 순결히 하는 일 외에
어떠한 다른 선택도 할 수 없었습니다.
바른정당의 1년은 한국의 역대 보수정당에 따라다녔던
특권과 이익 공동체라는 낙인을 도려내고
가치 공동체를 이루려는 정치실험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또한 기득권 보수와 수구적 진보의 공생구조를 타파하고
우리 정치에 새로운 길을 내려는 맨주먹의 도전이었습니다.
그 길이 죽음의 계곡 사이로 나 있는 길고도 위험한 길임을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했습니다.
한 걸음 뗄 때마다 닥쳐오는 고난에 많은 동지들이 떠나갔습니다.
개혁 보수의 회생을 바라는 국민들에게 확신을
심어 주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보수의 참된 가치를 지키고 바른 민생정치를 이루겠다는
세력이 줄어들수록 신념은 강해졌습니다.
이제 바른정당은 이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새로운 여정에 나서려고 합니다.
국민의당과 정치공학적 통합이 아니라 가치의 통합을 이루고,
미래를 위한 통합과 개혁의 정치를 시작하고자 합니다.
국민의당은 이미 지난 총선에서
거대 양당의 기득권 구조를 극복하기 위해 제3의 길을 약속하고
국민의 소중한 선택을 받았습니다.
이제 저희들 개혁 보수의 길이 제3의 길과 만나
우리 정치에 제3의 힘을 형성하고자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선배 동료 의원 여러분!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함께 만들 제3정당은
“정의로운 나라, 따뜻한 공동체”의 기치 아래
우리 정치사에 없었던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또 한 번의 정치 실험이 될 것입니다.
▣ ‘진정한’ 민생정치의 실현
첫째, 우리는 진정한 민생정치를 실천하겠습니다.
낡고 오래된 양당 정치로는
정치의 존재 목적인 민생 증진을 이룰 수 없습니다.
수구 보수와 낡은 진보는 각자의 이데올로기에 갇혀서
실용적 차원의 국익을 추구할 수 없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이 좋은 사례입니다.
민생 현실을 무시한 이 정책은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이기는커녕
사회적 약자들의 일자리를 없애고
자영업자에게 경제적 사형선고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은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과학기술혁명이
우리 삶의 미래를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수구 보수와 낡은 진보의 경직된 이념으로는
개방과 통섭과 창조의 사고를 요구하는 새로운 미래에
대응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현실에 기초한 정책, 미래적 가치와 비전으로
대한민국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겠습니다.
▣ 제왕적 대통령제 타파를 위한 개헌 필요
둘째, 우리는 거대 양당의 나쁜 공생구조를 타파하겠습니다.
양당은 대통령에 집중된 절대 권력을 교대로 독점하며
극단의 정치를 거듭해 왔습니다.
민주시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둘로 나누고 흑백논리로
민의를 왜곡했습니다.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민주적 선거제도가
필요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하기 위한 개헌에도 나서겠습니다.
민주주의 염원을 담아 한 줄 한 줄 새로 써냈던
87년 헌법을 바꿔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대통령에 집중된 권력구조를 바꾸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다 확대하며,
명실상부한 지방분권시대를 여는 헌법 개정에 나서겠습니다.
다당제 친화적인 선거제도를 만들어
거대 정당의 독식 폐해를 막고
민심의 변화에 민감한 역동적 정치구조를 만들겠습니다.
국회는 국민과 약속한 지방선거 개헌이 이뤄지도록
결단을 내려야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개헌을 국회에 맡겨야 합니다.
정부가 개헌을 주도한다는 것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대한 불신이자 모독입니다.
▣ 제4차 산업혁명 선도를 위한 ‘혁신성장’ 도모
셋째, 우리는 혁신성장을 이루겠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은 검증되지 않은 허구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 허구에 사로잡혀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엄청난 규모의 재정 투입으로
공공부문에서 8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로 만든 일자리는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성장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혁신을 통해 민간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만이
진정한 부가가치를 창출하며 성장으로 이어집니다.
우리는 유연성과 안정성을 조화시키는 노동정책,
정말 안 되는 것 빼고는 다 되는 네거티브 규제체제,
개인의 능력과 창의성을 고양시키는 교육정책,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과학기술정책으로
혁신성장의 튼튼한 기반을 만들겠습니다.
▣ 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를 통한 ‘따뜻한 공동체’ 구현
넷째, 우리는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겠습니다.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고 지역과 계층과 세대의 갈등을
치유하겠습니다.
기회의 사다리, 희망의 사다리를 다시 놓아
공동체에 활기를 불어넣겠습니다.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소중히 지키겠습니다.
아이 키우고 싶은 나라를 만들어
공동체의 존립 기반을 무너뜨리는 인구 절벽을 해결하겠습니다.
중부담·중복지의 원칙을 실현해
시장의 자발적 활력과 국가의 경제 기획력을 조화시키겠습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선거용 자기 기만은 끝나야 합니다.
역동적 경제 에너지의 회복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정이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기득권을 양보해
대타협을 이루어야 합니다.
그러나 노·사·정 모두는 지금까지 사회적 타협에 대해
훈련받지도 못했고, 준비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한국의 노·사는 마치 정치권의 양당구도처럼
서로에게 깊은 불신과 적의만 키우며
격심한 제로섬게임만 반복해 왔습니다.
특히 거대 기업과 거대 노조는
마치 거대 양당이 제3의 정치를 억압하는 것처럼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미조직 노동자에게
양보 없는 노사대립의 비용을 전가해 왔습니다.
ICT혁명과 제4차 산업혁명, 고령화 등으로
다양한 근무형태가 나타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전통적 구분이 무너지면서
노동세계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제기하는 비정규직 완전 철폐의 포퓰리즘은
시대를 거스르는 발상입니다.
지금이 노동개혁의 골든타임입니다.
노사정 대타협으로 우리 경제의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합니다.
▣ 한미 동맹에 기반한 ‘굳건한 안보체계’ 구축
다섯째, 우리는 국가안보를 한 치의 빈틈없이 튼튼하게 지키겠습니다.
저고도, 중고도, 고고도 다층방어체계를 갖추고
한반도에서의 핵 정책을 함께 조율할 수 있도록
한미간 ‘핵공유협정’을 체결하여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겠습니다.
한미동맹은 우리 국민의 삶을 지켜온 실용적 대외전략이었습니다. 사소한 균열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중국에 대해서는 당당한 자세로
대북 제재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설득해야 합니다.
김정은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로 남북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만
우리는 한편의 우려를 놓을 수 없습니다.
저들이 미사일을 쏘면 긴장하고
저들이 대화를 제안하면 환호하는 방식으로는
언제나 북쪽에 끌려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의 이번 대화 제스쳐는 그 저의가 너무나 분명합니다.
한미동맹을 흔들고 제재를 무력화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민족주의적 환상과 순진성에 빠져,
올림픽 전야의 열병식 개최와 같은 북한의 도발에
한마디 항의도 못한 채
평창올림픽 참여가 좌절되기라도 할까 노심초사하고 있습니다.
이 정부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2, 30년간
대화 뒤에 항상 핵 위기를 심화시켜 왔습니다.
1991년 한반도비핵화 공동선언 뒤에는
1993년 3월에 핵확산방지조약 탈퇴 선언을 했고,
첫 번째 핵 위기가 왔습니다.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뒤에는
고농축우라늄을 개발했다는 의혹을 야기했고,
두 번째 핵 위기가 왔습니다.
2007년 제2차 남북정상회담 뒤에는
2009년 5월에 제2차 핵실험을 했고,
세 번째 핵 위기가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순진한 기대를
버려야 합니다.
상대의 태도변화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우리가 스스로 설정한 목표를 놓고 일관된 입장을
견지해야 합니다.
평창 이후 북한은 한미연합훈련의 중지를 요구하고
우리가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핵과 미사일 실험을 재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이미 연기한 한미연합훈련을 다시 연기하고
회담의 격을 높이려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경악과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이제 대화를 위한 대화와 핵 위기 심화의 악순환을 끊어야 합니다.
북한의 전략적 셈법을 완전히 바꾸게 하는 최대한의 제재와 압박, 그래서 북한에 강제된 대화를 통하여 이 악순환을 끊어내고
북핵의 완전 폐기를 가져오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 ‘제3정당 건설’을 통한 정치독과점 구조 타파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바른정당은 대한민국 정치를 바꿀 중요한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힘들고 어려운 길, 하지만 올바른 길입니다.
경제에 있어서 따뜻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개혁의 길을 추구하고
안보에 있어서 굳건한 안보를 바탕으로 한
평화통일의 가치를 담는 제3정당을 건설하겠습니다.
경제는 민생 중심의 원칙을 굳건히 사수하되
안보는 민족 이데올로기에 휘둘리지 않는
제3의 길을 가겠습니다.
국민의 한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스마트 정치를 건설하려면
정치독과점 구도를 다당제 경쟁 구도로 바꿔야 합니다.
오래된 구식 양당구도를 최신형의 3당 경쟁체제로 바꿔야 합니다.
지금까지 적대적 공존으로 정치적 이익을 취해왔던
수구 보수와 낡은 진보의 양당구도를
온몸으로 돌파하겠습니다.
맨주먹으로 시작하는 바른 정당의
새로운 실험을 지켜봐 주십시오.
새로운 도전을 응원해 주십시오.
추운 겨울의 끝에 새봄이 오면, 피어나는 꽃망울처럼
국민의 곁에 향긋하게 다가서는
제3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겠습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