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오희나 기자] 국내 주식형펀드시장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대안투자형 펀드로 몰리고 있다. 연초 이후 상승랠리를 이어가던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에 맞딱뜨린 뒤부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환매에 나선 투자자들이 대안투자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박스피`에 주가 하락베팅 ETF에 돈 몰려
11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연초 이후 4조5281억원 감소했다. 주식 투자비중이 높은 액티브 주식형펀드에서 3조원 이상 빠져나갔고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주식형펀드에서도 1조5215억원 감소했다. 이같은 환매 행진은 최근 몇년간 코스피가 장기 박스피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한 학습 효과 때문으로 풀이된다. 코스피가 2200선에 근접하자 차익실현을 위한 적기라고 판단해 투자자들이 서둘러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해외로 눈길 돌리기도…뱅크론펀드 인기
해외특별자산펀드로로 눈을 돌린 투자자들도 많았다. 국내에서는 저(低)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경제 회복세가 빠르고 이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미국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미국의 금리 인상기조와 맞물려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뱅크론펀드는 금융기관이 신용등급 `BBB-`이하 기업으로부터 담보를 제공받고 자금을 빌려주는 변동금리부 선순위 담보대출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여기에 3개월 변동금리 상품으로 금리가 수 개월에 한 번씩 조정되기 때문에 금리 상승시 수혜를 볼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부각되고 있다. 올들어 `이스트스프링미국뱅크론특별자산펀드`에 4197억원, `프랭클린미국금리연동특별자산펀드`에 2155억원 가량의 자금이 몰렸다.
전문가들은 한반도 정세불안, 원화 강세 요인 등으로 외국인들의 자금 이탈이 나타나면서 당분간 수급 약화로 코스피 상승탄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들어 가파르게 오른 코스피가 전고점을 뚫지 못하고 조정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안투자형펀드를 찾는 개인들의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에 비해 국내 증시가 부진한 것은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간 영향이 크다”며 “개인투자자들이 아직도 증시와 펀드에 대한 불신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식형펀드는 ETF, 특별자산펀드 등 대체할 상품이 많이 등장해 자금 이탈 현상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증시가 박스권을 뚫고 올라갈지 확신이 없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매매가 쉬운 ETF에 몰리고 있는데 이는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