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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은 지난 2019년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속했던 이 검사가 건설업자 윤씨를 면담한 후 허위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언론에 유출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을 부각하려 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문제는 검찰 역시 공수처에 앞서 이미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이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던 중 공수처가 출범, 검사의 범죄 혐의를 발견할 경우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한 공수처법에 따라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중 이 검사 사건만 떼내 공수처로 이첩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사실상 동일한 실체적 진실을 찾는 수사를 부분별로 나눠 검찰과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하게 된 것으로, 법조계에선 국가 수사역량의 비효율적 활용은 물론 혈세 낭비가 발생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두 수사기관의 중복 수사는 자칫 사건 관계인들의 인권마저 침해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피의자 또는 참고인으로 검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은 이들이, 공수처의 수사 과정에서 또 다시 소환조사 받는 ‘과잉수사’가 벌어질 수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건 관계인들이 두 번 조사를 받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두 기관이 조율을 해서 인권침해가 없도록 수사에 임해야 한다”며 “당장 이 검사부터 검찰 소환조사 이후 또 다시 공수처로 불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다.
법조계 여러 인사들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그간 수차례 강조해 온 ‘인권 친화적 수사’를 구현하려면, 추상적인 말만 늘어놓을게 아니라 당장 졸속 입법한 공수처법 개정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재봉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법을 좀 더 세밀하게 제정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며 “입법을 급하게 하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국회가 나서서 보완입법을 하는 등 법령상 애매한 지점을 빠르게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