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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사유리씨는 지난해 11월 결혼을 하지 않은 채 정자은행에서 배우자가 아닌 사람의 정자를 기증받아 임신했다. 그는 “아이를 낳고 싶었지만, 출산만을 위해 급하게 결혼할 사람을 찾거나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기도 싫어 고민 끝에 ‘비혼 출산’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결정에 많은 이들은 지지를 표하며 응원을 보냈다.
그러나 그가 최근 아들과 함께 KBS 육아 예능 프로그램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기 시작했다. 올바른 가족관을 제시해야 할 공영방송이 비정상적 출산을 장려한다는 지적이었다. 일부 시민단체는 지난달부터 연이어 KBS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유리씨의 해당 프로그램 출연을 규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온라인 공간에선 ‘정상 가족’ 논란이 일기도 했다. 어떤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지 등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갔다. 일부에선 한부모 가족이나 미혼모 가족 등 다양한 가족 형태를 정상이 아닌 가족으로 보는 우리 사회 인식이 드러났다는 비판이 나왔고, 정상 가족이라는 표현 자체에 편견이 담겨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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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단체는 가족 구성원 형태만을 기준으로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눠 부르는 세력을 ‘혐오 세력’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한국한부모연합, 정치하는엄마들 등은 14일 서울 영등포구 KBS 신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혼 출산 가정을 건강하지 않은 가정이라고 부르고, 사유리씨의 방송 출연마저 막는 혐오 세력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 단체는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이 오히려 차별을 조장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이들은 “건강가정기본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건강한 가정’을 지향해야 한다”면서 “이 법에서 사유리씨 가족은 건강하지 않은 가정으로서, 가정 기능을 저해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예방돼야 할 문제를 지닌 가정으로 여겨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몸이나 정신에 아무 탈이 없이 튼튼함’이라는 뜻을 지닌 건강이 가정의 수식어가 되는 법은 다양한 구성원의 삶을 반영할 수 없다”며 “현대적이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우리 사회의 평등하고 당당한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건강가정기본법을 보편적인 가족법으로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