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권 거래제 도입 연기 "산업계 의견 수용"

[업데이트]전경련 등 경제 5단체 정부 건의
이명박 대통령 "산업계 의견 최대한 수렴"
  • 등록 2011-02-07 오후 10:14:40

    수정 2011-02-07 오후 10:17:29

[이데일리 이창균 기자]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연기될 전망이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우려하는 산업계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로 입장을 선회했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있는 사업자의 배출허용 총량을 제한하고, 각 사업자가 잉여분이나 부족분을 시장에서 거래하는 제도다.

7일 이명박 대통령은 제58차 라디오·인터넷연설에서 "산업계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해 적절한 시점에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가 제출한 입법 예고안에는 오는 2013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키로 되어 있지만, 산업계의 반발을 감안해 도입시기를 2015년 이후로 늦춘다는 것이다.

정부는 오는 9일 김황식 국무충리 주재로 탄소배출권 거래제 도입과 관련한 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와 관련한 법안 개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도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와 함께 배출권거래제의 도입 여부를 오는 2015년 이후에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건의문을 정부 관계부처에 전달했다.

이들 단체는 건의문에서 에너지관리공단 등의 분석을 인용, 배출권거래제 도입시 국내 제조업의 원가 상승으로 기업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에너지관리공단은 배출권의 10%가 유상 할당되는 경우 산업계에 연간 약 5조6000억원, 100% 유상 할당시 최대 14조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들 단체는 "일본은 제조업의 국제 경쟁력 약화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무기한 연기했고 미국도 작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함에 따라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사실상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온실가스 감축의무국 가운데 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한 곳은 유럽연합(EU)와 뉴질랜드뿐인 글로벌 추세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오는 2012년 시행 예정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의 운영을 통해 3년간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측정·보고·검증 시스템을 먼저 확립하고, 이후에 배출권거래제 도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산업계가 신뢰할 수 있는 `국가 온실가스 데이터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현재 시점에서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논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전경련 관계자는 "배출권거래제와 같은 규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건물·수송·가정 등에서 에너지 절약문화를 확산, 저탄소 사회로의 전환에 대한 공감대부터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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