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위인 중 신사임당처럼 시대적 상황에 의해 역사적으로 저평가된 인물을 골라 서술하시오.’
삼성과 현대차(005380) 등 대기업들이 새롭게 채용할 인재들에게 일정 수준의 역사관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 암기나 정답을 가려내는 능력을 가진 것이 아닌 종합적 사고능력을 보유한 우수 인재를 선발한다는 취지로 역사를 선택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지난 12일 치러진 신입 사원 채용을 위한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에 복합적인 사고를 요하는 한국사와 세계사를 연계한 문제를 출제했다. 이번 SSAT에는 세계 각국에서 9만명 이상이 응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입사를 위한 첫 관문인 SSAT에 수만명이 몰리면서 취업을 위한 시험준비마저 사교육 시장이 형성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도 “인재선발 과정에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식과 암기력 중심이 아닌 오랜 기간의 독서와 경험을 통해 개발되는 논리적 사고력 등을 평가한다는 개선책을 내놨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부터 대졸 공채의 채용시험 격인 인적성검사(HMAT)에서 역사 에세이 문제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뚜렷한 역사관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정 회장은 평소 임원회의에서 “역사관이 뚜렷한 직원이 자신과 회사를, 나아가 국가를 사랑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일 치러진 HMAT에 응시자의 역사관과 역사적 통찰력을 묻는 문제를 여럿 출제했다.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잘 알고 있는지가 평가하는 게 아니다. 평소 국사, 세계사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역사의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해 어떤 생각과 고민을 해왔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다.
삼성과 현대차를 중심으로 시작된 신입 채용의 역사관 평가 움직임이 LG, SK, GS, 포스코 등 대기업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우수 인재 선발의 중요 평가수단으로 자리잡을 지 주목된다. 이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한국사가 선택과목이 된 후 역사에 대해 무지한 젊은 직원들의 입사가 늘어난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대기업의 한 채용 관계자는 “학점, 어학 점수, 자격증 등의 ‘스펙’만으로는 인성 좋은 인재를 가려내기 어렵다”며 “이왕이면 역사에 대한 소양을 갖춘 직원이 자신을 돌아보고 원활한 대인관계는 물론 애사심도 높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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