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금융과 이별하는 재벌들

  • 등록 2003-11-26 오후 6:32:26

    수정 2003-11-26 오후 6:32:26

[edaily 양효석기자] 지난 23일 채권단과 LG그룹간의 LG카드 정상화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됐습니다. 유동성 부족으로 현금서비스가 중단됐던 LG카드는 일단 급한 불을 끄긴 했지만, 결국 그룹 전체를 담보로 잡히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벌사들의 제2금융권 구조조정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고 말합니다. 경제부 양효석 기자가 재벌사들의 제2금융권 구조조정을 조망해봤습니다. 우리은행 이종휘 부행장은 LG카드의 향후 처리방안에 대해 "채권단 지원에도 불구하고 경영정상화가 안 될 경우 계열주가 보유한 LG카드 지분을 소각하고 채권단이 지원한 2조원을 출자전환해 LG카드를 전략적 투자자에게 매각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LG카드측은 이에 대해 내년 2월말까지 외자유치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재 모건스탠리를 주간사로 외자유치 작업을 진행중인 만큼 3개월내 가시적 성과를 끌어 내겠다는 것이죠. 일각에서는 현재 진행중인 LG카드 매각작업에 HSBC은행과 씨티은행이 유력한 인수자로 참여하고 있다는 얘기마저 돌고 있습니다. LG그룹 차원에서는 이 기회에 문제아로 전락한 LG카드를 확실히 정리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지난 87년 신용카드업 인가를 받고 88년 LG신용카드로 상호를 변경, 카드업을 시작했던 LG그룹은 97년 회원수 500만명을 돌파하면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습니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에 따른 유동성 위기로 결국 매각위기에 까지 몰리는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이번 LG카드 사태를 계기로 재벌그룹들의 제2금융권 진출에 대한 시각이 크게 바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채권단과 LG그룹간 협상이 타결된 후 기자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이번일을 계기로 재벌들의 금융권 진입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겁니다. 동양그룹의 동양투신과 CJ그룹의 제일투자증권 등을 살펴보면 재벌들이 슬슬 제2금융권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롯데그룹도 카드사를 갖고는 있지만 적극적인 확장은 안하고 있지 않습니까" 실제로 동양투신과 제일투신 모두 재벌그룹이 의욕적으로 진출했다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매물로 취급당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푸르덴셜파이낸셜의 펠레티어 회장은 25일 현투증권 매각을 위한 본계약 체결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CJ그룹과 제일투자증권 인수를 위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제투증권을 인수하면 현투증권과 합병시킬 방침"이라고 말했습니다. CJ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던 제일투자증권 문제는 푸르덴셜과의 매각 진척으로 추가 부담이나 손실발생이 낮아지고 있어 긍정적이라는 평가입니다. 또 동양투신은 모간스탠리를 주간사로 외자유치를 진행중에 있습니다.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은 최근 이정재 금감위원장을 만나 경영난을 겪고 있는 동양투신증권의 구조조정을 도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동양투신의 경우 계열사인 동양종금증권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슬림화 차원에서 매각을 결정한 배경도 있지만, 역시 재벌사의 제2금융권 진출후 손을 떼는 대표적 사례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특히 적기시정조치 유예기한이 12월11일 만료되는 동양투신은 현재 자기자본 잠식상태로 영업용순자본비율이 적기시정조치기준을 밑돌아 추가로 시한연장을 받지 못할 경우 경영개선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소유에 대한 불안이 남아 있습니다. 공정위 등 관련 당국은 재벌의 금융권 진출을 막기 위한 "감시"의 눈을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계기로 재벌사들도 분명히 깨달았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금융기관이 더 이상 기업의 돈줄이 아니라는 사실을.. 전문노하우 없이 금융기관 경영에 뛰어들었다가는 아무리 큰 공룡이라도 자칫 큰 코 다칠 수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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