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만 가입한 실손보험 지난해 2.9조 적자

보험료수익 전년 대비 10.4% 늘었지만
손해율 증가로 보험손익 3593억 확대
비급여 누수 많아...백내장 비중 급증
  • 등록 2022-05-02 오후 12:00:00

    수정 2022-05-02 오후 12:30:42

[이데일리 서대웅 기자]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4000만명에 육박했지만 비급여 진료 항목의 보험금 누수로 지난해 실손보험 적자액이 2조9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손의료보험 손익 추이. 보험손익은 보험료수익에서 발생손해액과 실제사업비를 차감한 값.(자료=금융감독원)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보유계약은 3550만건으로 전년 대비 54만건(1.6%)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단체보험 및 공제보험 가입을 포함한 전체 실손보험 가입 인원은 올해 3월 말 기준 3977만명에 이른다.

신규 가입과 보험료 인상에 따라 실손보험료 수익은 지난해 11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조1000억원(10.4%)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손보험은 2조860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2조5009억원 손실을 기록한 전년보다 적자폭이 3593억원 확대됐다. 손실액은 2018년 1조1965억원에서 늘어나는 추세다.

실손보험 적자 규모가 커진 것은 과잉진료 등에 따라 비급여 부문에서 대거 발생했기 때문이다. 보험료수익 대비 실제사업비 비율인 사업비율은 2020년 11.9%에서 지난해 11.4%로 0.5%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보험료수익 대비 발생손해액 비율인 경과손해율은 2020년 111.8%에서 지난해 113.1%로 1.3%포인트 증가했다.

보험손익은 보험료수익에서 발생손해액과 실제사업비를 뺀 값으로 정해지는데 손해액이 보험손실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의미다.

상품별 경과손해율은 1세대 실손보험이 127.6%, 2세대 109.4%, 3세대 107.5%로 과거 상품일수록 적자 구조가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4세대 상품의 경우 54.2%를 기록했다. 상품 출시 6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손해율 개선 효과를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비급여 손해율(48.1%)이 급여 손해율(63.2%)보다 15.1%포인트 낮은 것은 긍정적이라고 금감원은 평가했다.

(자료=금융감독원)
과잉진료에 따른 보험금 누수는 도수치료와 백내장 수술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금감원이 2020년 실손보험 비급여 지급보험금 샘플통계를 분석한 결과 전체 비급여 보험금 가운데 도수치료에 따른 지급액 비중이 12.8%에 달했다. 백내장 수술을 위한 조절성 인공수정체 보험금 비중이 8.7%로 뒤를 이었는데, 전년(3.6%)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특히 의원급의 비급여 진료 항목 중에선 조절성 인공수정체가 2019년 9.1%에서 2020년 19.9%로 급증하며 1위를 기록했다. 과잉의료 논란이 많은 하이푸시술(0.5→2.0%), 비밸브재건술(0.7→1.4%)도 같은 기간 구성비가 크게 높아졌다.

문제는 기존 실손보험의 적자폭 심화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금감원이 공개한 50세 여성의 실손보험료 상승 추이 사례를 보면 2006년(당시 50세) 가입한 당시 월 보험료는 1만8000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65세) 11만3000원으로 급증했다.

금감원은 4세대 실손보험 전환 활성화를 유도할 계획이다. 또 비급여 진료비 통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정례적인 분석에서 이상징후가 발생하면 관계 당국과 공유 및 논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정당한 보험금 청구 건에 대해 신속히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도록 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심사 감독을 강화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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