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궂은 날씨에도 ‘탄핵 인용’ 함성
퇴진행동은 3·1절을 맞아 집회 슬로건을 ‘박근혜 구속 만세! 탄핵인용 만세! 황교안 퇴진!’으로 정했다. 퇴진행동 측은 “대한민족이 자주독립을 위해 만세 운동을 했던 3·1절을 불법정권에 맞서 주권자의 승리를 만드는 날로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탄핵심판 최종변론까지 마무리 지은 헌법재판소가 평의(評議) 절차에 돌입하면서 탄핵 촉구에 힘을 보태려는 시민들이 대거 거리로 나섰다. 차츰 거세지는 빗줄기에 집회 참가자들은 미리 준비한 우비나 우산을 꺼내들었다.
탄핵 반대 집회 측과의 충돌에 대비해 경찰이 광화문광장 주변으로 둘러싼 차벽 탓에 광장 진입조차 쉽지 않았다.
회사원 임채혁(33)씨는 “촛불 집회에 여러 번 참가했지만 이번처럼 정신없이 시끄럽고 어수선한 건 처음”이라며 “반대 집회 측 소음으로 본 무대 행사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주희(35·강사)씨는 “노골적으로 촛불집회를 방해하는 데 경찰이 제지하지 않아 더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퇴진행동 측은 “과도한 음향 등 박근혜 비호세력의 노골적인 집회 방해와 험악한 분위기, 경찰이 겹겹이 둘러싼 차벽으로 광화문광장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며 “이로 인해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던 시민들도 많았으나 여전히 지하철 등을 통해 시민들 계속 모이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단상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은 “98년 전 오늘 이 땅에 켜진 수만 수십 만의 촛불, 3·1운동의 힘으로 1919년 임시정부가 수립됐고 마침내 1945년 대한민국이 해방됐다”면서 “새로운 진정한 독립과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뜻을 가진 여기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유관순 열사”라고 말했다.
김상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역사에는 을사늑약에 반대한 민영환 선생의 길, 찬성한 을사오적이 있다”며 “정도와 사도, 정의와 불의의 갈림길에서 헌법재판관은 만장일치로 민족과 영원히 함께 사는 길을 택해 달라”고 탄핵 인용을 촉구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도 태극기가 다수 등장했다. 다만 탄핵 반대 단체의 ‘태극기 집회’와 달리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이 함께 달렸다.
3·1절을 맞아 한일 정부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이 봇물을 이었다.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는 “피해자들에게 한 마디 말도 없이 2015년 12년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를 했는데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튼튼한 대한민국을 지킬 후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넘겨주려면 정치가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도록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수정 평화나비네트워크 전국대표는 “피해자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할 박근혜 정부는 졸속 한일 합의를 발표했고 직무 정지가 됐는데도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퇴진행동은 탄핵심판 선고까지 이달 4일과 11일에도 주말집회를 이어가며 선고 당일 저녁에도 모여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집회 현장 곳곳에 202개 중대 1만 6000명의 경력을 투입해 광화문광장 주변에 차벽을 설치하고 양측 간 충돌을 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