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인용시 승복 말라"…태극기 靑방면 첫 진출(종합)

탄기국, 서울 세종 사거리 일대 700만 운집 주장
세종사거리에서 숭례문까지 태극기집회 참가자 거리 메워
탄기국 청와대, 총리공관 헌재 방면 5개 코스 행진
연사들 "헌재 탄핵인용시 승복 안돼 끝까지 싸워야" 선동
경찰 202개 중대 1만6000명 동원 촛불 격리 나서
  • 등록 2017-03-01 오후 6:36:34

    수정 2017-03-01 오후 6:41:27

3·1절인 1일 오후 서울광장과 광화문 인근 등 서울 도심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주최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보영 권오석 윤여진 이슬기 기자] 비오는 날씨에도 불구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를 앞두고 태극기 집회가 역대 최대 규모 인파를 끌어모았다. 몰려든 인파는 서울광장을 가득 메운 데 이어 대한문에서 세종사거리까지 대로를 점령했다.

주최측은 700만명이 집회에 참여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태극기 집회 단상에 올라선 연사들은 “헌재 탄핵을 인용해도 결코 승복하지 말고 끝까지 싸우자”고 선동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주최측은 “4일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일 것”이라고 자신하며 이날 집회를 마무리했다.

‘8인 재판관 위헌’…탄핵 인용 시 불복 선동 줄이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제15차 3·1절 탄핵무효 총궐기 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집회 시작 1시간여 전부터 서울지하철 1·2호선 시청역 출구 앞은 집회에 참여하러 50~60대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과 정광택 탄기국 공동회장, 김평우 변호사 등 연사들은 대한문 앞에 설치된 무대에 올라 한 목소리로 헌재와 특검을 비난했다. 집회에는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 조원진 자유한국당 의원도 참석했다.

태극기집회는 국기에 대한 경례와 순국영령에 대해 묵념을 시작으로 군가와 애국가, 3·1절 노래 등을 제창했다. 참가자들은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연사들의 발언이 끝날때마다 환호성을 질렀다.

일부 참가자들은 “좌파 야쿠자”, “특검 빨갱이들은 죽어라” 등 과격 발언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단상에 오른 연사들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할 경우, 승복해서는 안된다고 선동하기도 했다.

정광택 공동회장은 “98년 전 오늘 목숨을 걸고 태극기를 들었던 역사와 오늘의 태극기는 다르지 않다”며 “오늘 태극기를 흔들다 쓰러지면 98년 뒤 후손은 1919년 3·1절과 2017년의 3·1절이 같은 마음으로 뭉쳐있는 것이라고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광용 대변인은 “98년 전 잔혹한 일제시대가 지나고 오늘날 일제보다 더 참혹한 세력들이 박 대통령을 탄핵해 우리들이 태극기를 들게끔 했다”며 “우리에게 최후의 승리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평우 변호사가 첫번째 연사로 무대에 오르자 참가자들은 “사랑한다”, “영웅이다”고 연호하며 환영했다. 김 변호사는 탄핵심판 대통령 대리인으로 참여해 “국회가 야쿠자냐”, “헌재 재판관이 국회 수석 대변인” 등의 막말로 논란을 일으켰다.

김 변호사는 “대한민국이 태어난 이래 이렇게 많은 태극기가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저는 지난 27일 변론에서 이 국회의 탄핵 소추가 동서고금 역사상 유례가 없는 허황된 내용으로 가득찬 부끄러운 탄핵소추장이었음을 깨끗이 증명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탄핵소추는 연좌제를 잘못 적용해 최순실 일당의 잘못을 박 대통령까지 덮어쓴 것”이라며 “공익재단에 넣어 국가를 위해 돈을 쓰려한 것이 어찌 뇌물죄가 되나. 특검이 법을 정말 알고 있는건지 의심스럽다”고도 덧붙였다.

대통령 대리인단 중 한 명인 조원룡 변호사 역시 “9인의 헌법재판관 규정 무시하고 8인 체제로 간 것은 헌법재판 판결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위헌”이라며 “이 상태에서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된다면 충분히 재심 사유가 될 수 있고 인용 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요건이 성립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유관순 학당 36회 졸업생으로 소개하며 무대에 선 박인순씨는 “이 자리에 있는 우리 모두가 유관순”이라며 “우리 청소년들이 교육을 잘 받았다면 촛불로 가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라도 다시 바로 세워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에서 집회 참여를 하러 왔다는 최모(62·여)씨는 “탄핵을 하자는 주장은 소수 의견에 불과하다”며 “탄핵이 인용된다고 해도 인정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 창원에서 왔다는 한모(60·여)씨 역시 “촛불은 광화문 광장만 채웠지만, 우리는 광화문부터 이 곳 시청까지 인파로 꽉 채웠다. 촛불들의 선동이 지나친 것 같아 속이 터진다”고 말했다.

청와대 앞 첫 진출한 태극기…4일 동대문 방면 행진 예고

이날 탄기국은 본 행사를 마친 뒤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했다. 탄기국 측은 당초 이날 본 집회를 마친 뒤 청와대와 국무총리 공관, 헌재, 숭례문 등 모두 5가지 방향으로 행진을 신고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인파가 모여 대규모 행진이 위험할 수 있다며 행진계획을 공식 취소했다. 그러나 주최 측의 공지에도 불구하고 일부 참가자들은 소규모 단위로 5개 방향에서 개별 행진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모두 15차례의 태극기집회 가운데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시위대가 청와대 방향으로 더 진입하지 못하도록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 차벽과 경력을 배치했다.

각각의 행진 코스가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가 열릴 광화문광장 주변을 거치기 때문에 이날 태극기 집회 측과 촛불 집회 측의 충돌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이 광화문광장 남단의 세종로사거리와 북단의 율곡로는 물론 좌·우 방향으로도 차벽을 설치, 광화문광장을 사실상 완전히 봉쇄한 덕분에 두 세력이 부딪히지는 않았다.

다만 청와대 방향 행진에서는 일부 실랑이도 있었다.

군복을 입은 일부 남성들은 길가는 시민들을 “행진에 방해가 된다”며 끌어내는가 하면 취재 중인 기자들을 위협하거나 방해하기도 했다.

이밖에 경찰버스에 올라타거나 20~30대 청년들을 상대로 “탄핵 찬성인지 반대인지 밝히라”며 시비를 거는 사람들 탓이 시민들이 불안해 하기도 했으나 물리적인 충돌은 거의 없었다.

한편 이날 태극기 집회에선 손가락을 자해한 채 집회에 참가한 50대 남성이 발견돼 경찰이 병원으로 옮기는 일도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모(51)씨는 본인 집에서 흉기로 왼손 새끼손가락을 자른 뒤 붕대로 다친 부위를 감싸고 집회에 나왔다. 경찰은 집회무대 뒤에 있던 이씨의 손에서 계속 피가 흐르는 것을 발견, 인근 파출소로 데려가 응급치료 후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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