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자랑스럽다! 메이드 인 아메리카, 할리데이비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월 할리데이비슨의 매튜 레바티치 최고경영자(CEO)가 노조 대표 등과 백악관에 자사 오토바이를 타고 방문했을 때 이같이 말하며 ‘미국 제조업의 기둥’이라고 치켜세웠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아메리칸 스타일’을 대표·상징하는 기업으로 인식되는 할리데이비슨마저 태국에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 기업들이 자국이 아닌 해외에 공장을 세울 수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경제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亞 대부분 高관세”…아세안FTA 덕 보자
실제로 태국의 경우 해외에서 수입되는 오토바이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 때문에 태국에서 판매되는 커스텀 2013 로드 글라이드 모델은 약 6만달러로 미국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태국 공장이 건설되고 나면 이 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아 가격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나아가 아세안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태국 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수출하는 경우에도 상당한 관세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입 오토바이에 100% 관세를 물리고 있으며,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의 관세율도 각각 74%, 30%에 달한다. 아시아 국가들로의 운송 및 선적 시간도 대폭 단축된다. 중국의 경우 미국에서 운송 및 선적에 45~60일, 두 달 가량 걸리지만 태국에서는 길어야 일주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것도 할리데이비슨이 태국에 공장을 짓게 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NYT는 분석했다. 할리데이비슨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에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TPP를 지지해 왔다. 레바디치 CEO는 지난 해 방송에 출연해 “TPP는 아시아에서의 성장을 방해하는 수많은 장벽들을 해결해준다”고 강조한 바 있다.
美판매부진 지속…해외 판매 확대가 ‘활로’
할리데이비슨의 해외 판매 확대 노력은 태국 공장이 아시아를 포함해 해외에 짓는 첫 공장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회사는 이미 2011년 수입 오토바이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는 인도에 조립 공장을 설립했다. 아울러 브라질엔 조립 공장을, 호주에는 휠 공장을 각각 두고 있다. 태국 공장에서도 인도나 미국으로부터 수입된 부품을 조립해 아시아로 판매할 계획이다. 태국 공장은 포드, 두가티, 제너럴모터스 및 스즈키 등 해외 제조업체들이 이미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동부 라용 지역에 건설되며, 회사는 공장 가동을 위해 내년 하반기에 100여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이 미국 내 인력 감축을 예고하고 있어 회사 노조는 물론 미국을 대표하는 노조들까지 가세해 해외 공장 건설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 철강노조의 레오 제러드 위원장은 할리데이비슨 공장 노동자들을 대변하며 “왜 우리는 미국에서 생산해 수출할 수 없었는가”라며 반문했다. 그는 이어 “(태국 신규 공장 건설은) 회사가 인건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시작한 것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제기계항공노동자협회(IAMAW)의 로버트 마르티네즈 주니어 위원장도 할리데이비슨 공장 근로자 100명이 해고될 예정인 것을 우려하며 “미국의 아이콘을 만들고 있는 노동자들의 뺨을 때린 격”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