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연구진이 제주 오름(한 번 분출해 만들어진 단성화산)퇴적층을 분석한 고기후 연구결과를 통해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임재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4기환경연구센터장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고지리학·고기후학·고생태학(Paleo-3)’에 게재한 논문에따르면 해수면 온도 1도만 올라도 태풍을 동반한 극한 호우가 지금보다 최소 4배 이상 강해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오송 침수 참사를 유발한 극한 호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엘니뇨(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은 상태로 수개월 넘게 계속되는 현상)도 태풍 강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해 앞으로 강력한 태풍이나 호우에 따른 재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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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오름 퇴적층 분석
임재수 센터장은 “제주도는 한반도 기후변화에 가장 민감한 첨병 역할을 하는 곳이면서 높은 지형적 특성으로 태풍 영향을 직접적으로 많이 받는다는 점에서 중요한 고기후 연구 지역”이라며 “360여 개 오름 분화구 퇴적층이 과거 강수량을 측정해 주는 측우기 역할을 한다”고 했다.
연구팀은 사라오름 호수에 바지선(바닥이 평평한 선박)을 띄웠다. 이후 시추작업을 통해 10미터 깊이의 퇴적층 시료를 확보했다. 이를 분석한 결과 1500년 전부터 1만년 전까지 퇴적층의 원소에 큰 변화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규소, 알루미늄, 타이타늄, 스트론튬 등의 원소비율을 확인해 과거 강한 호우 발생 여부를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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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제주도의 강수량 변화는 동아시아 태풍활동,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 고흥군 일대 연안 범람 기록, 일본 규슈 인근 연안 범람 기록, 페루 팔카코차호수 범람 기록 등과 대조한 교차 분석에서도 비슷한 연구결과가 나와 신뢰성을 더했다.
약 2000년 전 극소기(태풍 영향이 가장 적었던 시점)엔 지금보다 북서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1도 낮았고, 태풍 강도 지표는 0.2 수준으로 조사됐다. 반면 약 4700년 전 극대기(태풍 영향이 가장 컸던 시점)의 경우 태풍 강도 지표는 2로 나왔다. 이는 현재 지표(0.5)와 비교하면 1도가 올라도 4배 강한 태풍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태풍 강도를 유발하는 수증기의 공급이 활발해지고, 엘리뇨 발생 빈도 증가로 태풍 경로가 한국이나 일본 방향으로 더욱 휘게 돼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의미다.
임 센터장은 “과거 온도가 높았을 때 태풍이 많이 왔고, 강수량이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지구온난화에 따른 온도 상승은 결국 태풍을 비롯한 호우를 더 강력하게 만들어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