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라면 주말엔 공장 멈춰야…현재 피해액만 수천억원”

화물연대 파업 7일째…화주단체 기자간담회 개최
출하 차질에 생산시설 중단 임박…피해 규모 커져
가축 아사 가능성도 제기 “민생 힘들게 하는 파업”
무역협회 등 화주단체, 안전운임제 즉각 폐지 요구
  • 등록 2022-11-30 오후 1:22:07

    수정 2022-11-30 오후 8:59:04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확대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인 지 7일째에 접어들면서 시멘트·철강 업계는 물론, 축산업계까지 국내 산업 전반이 멈춰 설 위기에 처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다음 주부터 문을 닫는 공장도 나올 전망이다. 현재까지 산업계가 화물연대 파업으로 피해를 본 액수만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무역협회는 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한국시멘트협회·한국석유화학협회·대한석유협회·한국자동차산업협회·한국철강협회·한국사료협회와 함께 기자간담회를 열고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업계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화물연대의 파업 중단과 함께 안전운임제 폐지를 강하게 요구했다.

정만기(가운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화주단체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이번 주말 공장 닫아야…공장 중단 시 막대한 피해”

이날 무역협회 등은 화물연대 총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제품 출하에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생산에 문제가 발생한 업계는 없으나 파업 기간이 더욱 길어지면 출하 차질에 따른 제품 재고가 생산시설 내에 쌓이면서 생산을 일부 중단할 수밖에 없는 공장이 나타날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정부가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한 시멘트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이 중단되지 않으면 이번 주말부터 일부 생산설비 가동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파업 이후 평소 출하량의 10% 수준만 출하된 탓이다. 업무개시명령 이후 출하량이 30%까지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정상 수준엔 턱없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 하루 평균 매출 손실만 180억원에 달할 정도다.

석유화학 업계 역시 이번 주말부터 공장 가동률을 줄이거나 아예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계는 화물연대 파업에 따라 하루 평균 30% 수준만 제품을 출하하고 있어 하루 업계 피해액만 680억원에 이른다. 특히 항만이 마비되면서 수출 역시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김평중 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최근 석유화학 업체들은 업황이 좋지 않아 이미 각 공장의 가동률을 최저 수준으로 설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가동률을 더 내리면 안전상 문제가 발생해 아예 생산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공장을 한 번 멈추고 다시 제대로 가동하는 데까진 최소 2주가 걸리는 만큼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화물연대 총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는 30일 광주 광산구 한 레미콘 업체에서 생산 차질로 인한 레미콘 차량이 멈춰 서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축도 굶어 죽을 위기…“생계형 운전자는 힘들어”

이러한 피해 상황에 파업 장기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완성차를 직접 운송해야 하는 ‘로드 탁송’이 늘어나면서 인건비·운영비 등으로 하루 5억원 이상을 추가 부담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6월 집단 운송거부 사태 당시 2571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로 생산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철강 업계는 현재까지 제품 60만톤(t) 출하 차질로 발생한 피해액이 80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유 업계는 현재까지는 생산시설을 정상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석유제품을 실어 나르는 탱크로리의 화물연대 가입률이 전국적으로 70%에 이르는 만큼 기름 공급이 끊긴 주유소들이 속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화물운송이 멈추자 축산업계도 사료 공급 중단으로 위기에 빠졌다. 농장별로 사료 원료를 보관하는 양이 평균 2~3일에 그치기 때문에 제때 사료 공급이 되지 않으면 가축이 아사(굶어 죽음)할 수 있다. 조정래 한국사료협회 전무는 “이번 파업은 가축 생명도 담보로 하고 있다”이라며 “지금까진 큰 문제가 없었지만 2~3일 이후엔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업체는 화물연대 파업이 민생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도 비판했다. 정동창 대한석유협회 부회장은 “석유제품 수송을 막는 일은 차량을 이용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는 일과 같다”고 꼬집었다. 무역협회는 이날 오전 8시까지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해 41개 업체에서 70건의 애로 신고가 접수됐다고 발표했다.

정만기(오른쪽 두 번째)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이 30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개최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화주단체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무역협회)
‘정부 협상안’에도…화주단체들, 안전운임제 폐지 요구

이들 단체는 파업 중단을 촉구하는 동시에 안전운임제의 즉각 폐지도 주장했다. 정부가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화물차 운임 결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상황은 문제가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화주와 차주, 운송사업자가 모두 만족할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보고 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은 “화물연대는 타당하지 않은 안전운임제 상시화를 위한 집단 운송 거부 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화주·차주·운송사업자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도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에 따른 경제 피해를 줄이기 위한 미봉책으로 이들 요구를 들어줘선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들 단체는 이 밖에도 안전운임제가 △운임 할증에 대한 객관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차주와 실질적 계약 관계가 없는 화주 처벌 조항이 있다는 점 △제도 취지와 다르게 운수사업자 운임도 함께 고시돼 다단계 거래 비용을 화주가 부담하게 된다는 점 △호주 등 외국에서 비슷한 제도가 실패한 사례가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으며 제도 폐지를 강력히 주장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가 과로·과속·과적 운행을 할 필요가 없게끔 최소한의 운송료를 보장하고 이를 어기는 화주에게 과태료를 매기는 제도로, 지난 2020년 시멘트와 컨테이너 화물에 한시적으로 도입돼 올해 말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이에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상시화하는 동시에 적용 품목도 늘려달라고 요구하며 현재 총파업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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