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셜데이팅앱에 상처입는 사람들

  • 등록 2012-08-30 오후 4:30:00

    수정 2012-08-30 오후 4:30:00

[이데일리 이유미 기자] 직장인 봉 모(33세, 남성)씨는 ‘두근두근 드라이브’라는 소셜데이팅 앱을 열어보고 경악했다. 조수석에 함께 탈 여성을 찾는 조건으로 프로필에 자신이 소유한 차종을 등록하게 돼 있었다. 이성 간 만남에 ‘재력’을 최우선 가치로 내건 것이다. 봉씨는 “외제차가 아니면 프로필 등록을 망설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비싼 차들이 즐비했다”고 말했다. 여성회원들이 내건 이성 친구의 조건은 ‘전문직’ ‘유학파’ ‘명문대’ ‘고액연봉’ 등 매우 이상적인 키워드로 표시돼 있었다.

반대로 운전자는 여성회원의 사진을 보고 조수석에 태울 이성을 선택할 수 있다. 이때 신체부위가 노골적으로 노출된 사진일수록 선택될 가능성은 크다. ‘옆자리에 타실래요?’라는 버튼을 눌러 상대방이 허락하면 만남이 성사되는 이른바 모바일 버전의 신종 ‘야타족’인 셈이다.

봉씨는 “소득격차에 따른 위화감을 소셜데이팅앱을 통해서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며 “몇몇 소셜데이팅앱은 사용자 인적 사항에 직업이나 재산 등을 상세히 적도록 하고 있어 결혼정보업체 뺨치는 수준”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소셜데이팅앱이 미치는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지난달 25일 부산 서부경찰청에선 소셜데이팅앱을 통해 ‘즉석 만남’에 나선 30대 여성이 상대 남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돈까지 뺏기는 범죄가 접수된 바 있다.

유료화에 성공한 소셜데이팅앱이 개발업체 사이에서 ‘돈 되는 앱’으로 입소문을 타자 작년부터 다양한 소셜데이팅앱이 쏟아지고 있다. 서비스차별화를 위해 돌싱(‘돌아온 싱글’의 줄임말)을 위한 앱부터 단체미팅을 주선하는 앱까지 그 기능은 매우 다양화됐지만, 앱 간 경쟁이 극심하다 보니 노골적인 서비스나 불건전한 환경을 일부로 조장해 사용자를 현혹하는 앱도 더러 있는 게 사실이다.

예컨대 회원의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반경 1km 내 있는 불특정 다수와 쪽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하이데어’ 앱은 대부분의 구애 쪽지가 ‘오늘 밤 함께 보내자’는 식의 성관계를 암시하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회원인증절차가 없으므로 건전한 이성간의 만남보다는 단순히 성관계나 성매매 목적의 조건만남을 하려는 도구로 악용되고 있다.

소셜데이팅앱 시장은 성장속도만큼이나 빠르게 병들어 가고 있다. 사회적 책임감을 도외시한 몇몇 개발사들의 장사 잇속에 실제 앱 사용자들이 사회적 상실감에 빠지거나 범죄의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결코 가벼이 넘어갈 사안은 아니다.

영화 ‘접속’에서 등장한 온라인 채팅의 로맨스가 채 가시기 전 불법 성매매의 온상으로 변질한 인터넷채팅처럼 혹 소셜데이팅앱도 같은 전철을 밟는 게 아닌지 심히 염려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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